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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포럼] 남 탓이 아니라 중지를 모을 때다허찬국 충남대학교 교수·논설위원
허찬국
입력 2019-05-02 (목) 18:09:22 | 승인 2019-05-02 (목) 18:10:59 | 최종수정 2019-05-02 (목) 18:10:53

요즘 제주를 찾는 중화권 방문객 수가 반등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우려를 자아내는 굵직한 뉴스들도 있었다. 예래휴양단지, 헬스케어타운 문제 악화 소식에 설상가상으로 제주에 동물원이 생길지 모른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제주 폐기물의 필리핀 왕복 여행 소식은 어떤가. 지역의 정치인들은 남의 탓 타령이 한창이다. 외부인들이 보기에 청정 제주에 별일이 다 있네 또는 지역 여건이 어려운데 중구난방이니 참 사정이 녹록지 않구나 생각들게 한다.

친(親), 반(反)개발 이견은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타협 없는 극단적인 입장을 고집해 대립하다 보면 엉뚱하게 일이 꼬이거나 엄한 일이 추진되게 된다. 

필자가 보기에 예래단지와 헬스케어타운이 전자의 경우이고 동물원은 후자의 경우다. 중단된 두 건은 나름 의미가 큰 사업이다. 20여 년 전 제주지역이 전국 평균에 비해 소득과 생활수준이 낮고 격차가 커지고 있어 전환점 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중지를 모아 선도 사업으로 선정돼 추진된 것이다. 그런데 그 사이 지역의 내외 여건이 크게 변하며 현재의 교착상태에 이르렀다.  

중국인 방문객의 급증이 가장 큰 요인이다.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소득이 높아진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수요의 봇물이 터지며 나타난 일이다. 원래 두 사업은 큰 규모의 해외투자를 유치해 거점 단지를 조성해 구매력 높은 중화권 방문객들이 제주를 찾도록 하자는 것이 취지였다. 

하지만 중국인 해외여행객 홍수는 이런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방문객 급증과 맞물려 중국 투자자들의 제주지역 부동산 매입과 각종 사업추진 여파로 토지 가격이 빠르게 올랐다.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을 보유한 외지인, 주민들도 수익을 올렸고 덩달아 더 오를 거라는 기대 심리를 크게 자극했다.

이런 사정으로 대형 단지조성사업의 여건이 크게 달라졌고 이는 비교적 소규모 분쟁이 커져 전체 사업이 중단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영리병원 허용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좌초 상태인 헬스케어타운도 애초의 취지는 휴양과 치료 목적의 해외 방문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다. 물론 큰 의료시설이 들어서면 내국인 환자들이 이용하는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으며, 제주 국제학교의 예에서 보듯이 내국인이 오히려 주된 이용자가 되는 식으로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꾸준한 협의와 감독을 통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의료시설을 운영하도록 해 이런 문제를 불식시킬 수 있다. 이 두 사업의 현주소는 지역에서 규모가 큰 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게 여건이 빠르게 변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최근 동물테마파크 추진은 그야말로 뜬금없다.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가두었던 동물을 풀어주고 종(種)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그런데 겨울철 차가운 칼바람이 무서운 지역에 동물테마파크를 만드는 사업이 심사 단계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어안이 벙벙했다. 

근래 국내 다른 지역 유사 시설의 동물 학대 문제가 크게 부각되며 여론이 매우 나쁜 상태인데도 말이다. 한 가지 가능성은 지역의 큰 사업들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며 찬, 반 진영 모두 그래도 뭔가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타협 심리가 발동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영리를 위해 동물원을 만드는 것은 영리를 위해 사람들이 이용하는 병원을 만드는 것에 비해 덜 나쁜 일, 즉 차악(次惡, lesser evil)이니 허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번지수를 한참 잘 못 찾은 타협이다.   

현재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파장이 클 것이다. 해결책이 여의치 않기에 지금과 달리 각계각층이 조곤조곤 의견을 모아 슬기로운 대처 방안이 만들어지길 빌어본다. 


허찬국  webmaster@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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