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간병 생활이 장기화함에 따라 일상이 무너지고 앞날이 보이지 않는 고통 끝에 결국 사랑하는 가족을 죽이고 마는 간병 살인을 초래했다"(일본 마이니치신문 간병 살인 취재반 「간병 살인」). 지난달 22일 군산시 한 주택에서 80대 노인이 치매를 앓는 아내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10여년 전부터 아내를 간병해 온 노인은 "아내가 '요양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소리치고 잠도 못 자게 해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앞서 2월에는 한 아파트에서 40대 아들이 10년간 돌보던 아버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버지의 몸 상태가 나빠지면서 아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고 유족은 전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최근 간병 살인과 같은 간병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간병 살인은 오랜 기간 치매나 정신질환 등을 앓아온 가족을 돌보다 지쳐 환자를 죽이거나 동반자살하는 경우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최근 처음으로 세계 장수국 10위 이내에 진입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치매 인구도 급증하는 추세다. 치매는 환자를 오랫동안 돌봐야 하는 병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74만8945명으로 오는 2060년에는 332만3033명으로 4.4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는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큰 고통이다. 가족들은 시간적, 신체적, 정신적인 부담을 느낀다. 환자 곁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고, 밥을 먹이거나 기저귀를 갈거나 씻기고 부축해야 한다. 경제적인 부담도 크다. 조사에 따르면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요양보호사 이용시간 부족을 가장 많이 호소한다. 부족한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추가로 개인 간병인을 구할 경우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컸다.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를 둔 가족의 가장 큰 부담은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경제적 부담 순으로 이들에 대한 공공지원 방향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방향과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이 집중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족의 소중함을 되돌아보는 가정의 달 5월이다. 질병으로 인해 구성원간 불화가 생기고 가족이 흔들리는 안타까운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간병 범죄와 같은 극단적인 결과를 막기 위해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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