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영 제주한라대학교 관광영어과 교수·논설위원

새학기를 맞아 필자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소위 '거꾸로(플립)' 수업을 새내기 1학년을 대상으로 토익 실전 영어 수업에 실시하기로 했다. 

'거꾸로 수업'은 소위 '학습자 주도형 수업'으로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지식의 내재화 과정을 중시하는 수업이라는 이론은 알고 있지만 우리 학생들에게 적용될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필자가 가르치는 토익 영어의 경우, 일주일에 3시간 수업인데 이 중 한 시간은 동영상 강의로 대체하고 두 시간은 좀 전과 같이 강의를 하는 것이다. 

단어와 문법 등은 동영상 강의를 미리 들은 후 수업시간에는 팀워크하고 질문하고 문제 풀이를 하게 된다. 지금까지 강의식 수업을 주로 하던 학생들이 과연 이런 새로운 학습 유형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역시 우려했던 현상이 나타났다. 학생들은 스스로 과제 유인물을 작성하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 팀워크를 진행하는 것도 문제였다. 

단어와 문장 받아 적기, 해석하기, 토익 문제 풀이 등 간단한 과제를 우선 개인별로 한 후 팀별로 서로 도와서 유인물에 적고, 발표하는 팀워크다. 

학생들이 서로 어색해 하며 불편해하는 눈치다. 질문하는 학생들도 별로 없고 팀워크 진행도 힘들었다. 공연히 시작했다는 후회가 들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강의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듯했다. 팀워크를 시작하면 어색한 분위기로 침묵이 흘렀는데 서서히 '와글와글' 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오히려 학생들의 신바람 에너지가 폭발하면 교수자가 통제하기가 버겁게 될 정도다. 
약간 오버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일단은 눈감아 준다. 일단 과제 발표를 시키면 '웅성웅성' 분위

기에서 서로 도와 답을 써낸다. 답을 모르는 학생이 나오면 사방에서 그 학생을 도와준다. 
물론 딴청 피우고 아예 자는 학생도 있지만 일단 리스닝 과제가 시작되면 '쉬-이' 분위기로 대부분 학생들 스스로 조용해지며 집중한다.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우리 학생들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Income의 반대말은 Outcome인가요?' 'Price 앞에 A가 왜 안 붙나요?' 'Go under의 반대말은 Go up인가요?' 'Get by on little money에서 왜 전치사 두 개 by와 on을 쓰나요?' 'Client와 Customer의 차이가 뭐예요?' 'Enter라는 단어가 있는데 왜 굳이 Put in을 쓰는 거죠?' 등등.
그럭저럭 시간이 흘러 중간고사 시험을 보게 된다.

필자의 토익 수업은 요령을 익혀 당장 토익 점수를 올리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영어 실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황별 토픽'에 따라 토익시험의 7 파트 문제를 골고루 다 풀기 위해 두 시간 강의 수업에 '읽기' '말하기' '듣기' '쓰기' '발표하기'의 학습 활동을 해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 성적이 잘 안 나오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이 됐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험이 끝나자 마자 채점을 했다. 채점 결과 필자는 놀랐다. 기대했던 성적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이 새로운 도전이 끝난 것은 아니다. 우선 토익 점수를 올릴 수 있도록 좀 더 체계적
인 요령 강의도 필요하다. 

또한 필자가 촬영한 동영상 강의도 개선해야 한다. 더불어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것에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작은 성공의 맛'을 되도록 많이 누려야 한다.
학생들이 생각하고 질문하고 서로 돕는 강의가 되도록 하는 중간 과정에 와 있을 뿐이다. 오늘도 토익강의를 하기 위해 들어서는 발걸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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