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문화로 꽃 피우다16-베트남 수상인형극 ②

'공동체 놀이'서 시작 이색적 볼거리 이상 가치 있어
정통성 확보부터 발굴·활용·전승 등 전략적 균형 중요
전통 보전에 대한 현대적 해석…'유기적 동화' 주문

베트남의 수상인형극 사례는 제주해녀문화 전승 체계 구축 작업에 많은 질문과 과제를 던진다. '무형문화유산'이란 가치의 의미와 문화콘텐츠 활용의 필요성, 전통 보전에 대한 현대적 해석과 공감 형성 등에 있어 '유기적 동화'라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제주해녀문화 역시 잘 알려졌다고 하지만 제대로 알려지고 있는가의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문화·경제적 활용에 있어 여전히 답을 찾고 있다.

△ 낙천적 국민성 등 포함

베트남에서 수상인형극은 어떤 의미일까.

미작문화의 베트남 전통사회를 배경으로 일련의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방식의 스토리 전개와 물 위에서 펼쳐지는 나무인형들의 정교하고 경쾌한 움직임이 신선한 여운을 남긴다는 평가는 다분히 외부적 시선이다. 베트남 역사나 문화에 관심이 있거나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이면까지 꼼꼼히 살피겠지만 그러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 이색적인 볼거리 이상의 감흥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수행자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립하노이대학교 드엉 뚜언 안 교수는 "베트남 전역 14개 마을에서 수상인형극을 보존하고 전승시키고 있다"고 전한다. 마을마다 다른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독특한 형태의 수상인형극을 매년 명절이나 마을 축제 때 무대에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베트남 내외에 알려진 수상인형극에서는 그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베트남 수상인형극의 문화유산적 가치는 충분하다. 베트남 이외의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공연예술이라는 점에서 '독창성'을 평가할 수 있다. 

공연이라고 하지만 과거 홍강 델타 지역 농부들이 농한기 물이 찬 논배미에서 행하던 마을 공동체 놀이에서 유래했다. 유네스코가 주목하는 '공동체 문화'를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람, 동물, 요정 등을 희화적으로 표현한 나무인형들을 직접 만든다. 대나무와 줄로 연결한 인형들이 수면 위를 오가며 농사일, 소싸움, 고기잡이와 같은 베트남 전통사회의 일상과 민담 등을 재연한다. 수상인형극 무대의 장막 뒤에 선 사람들은 도제식 교육을 통해 인형을 조작한다. 스토리를 끌어가는 음악 등 연희도 이뤄진다. 이 일련의 과정을 무형문화 이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농사를 방해하는 악귀나 마을의 평안 해치는 대상을 대동단결로 물리치고 안정과 풍년을 기원하는 권선징악적인 교훈을 바탕에 둔 데다 다소 익살스러운 표정의 인형은 낙천적인 베트남 사람들의 품성을 담고 있다.

△ 활용 방안 다각적 고민 절실

전통악기와 째오라는 민속음악까지 유기적으로 동화하며 선사하는 감동은 별다른 해석 자료 없이 전해진다.

발에 가린 무대 뒤에서는 사람들이 물속에 숨겨진 대나무와 도르래, 줄 등을 이용해 인형을 움직이는 기법과 공동체에 미친 영향 등을 충실히 정리한다면 문화유산 인정도 그리 어렵지 않다.

관건을 활용이다. '베트남 수상인형극의 문화마케팅 전략'보고서(Nguyen kim dung·인하대 대학원 문화경영학과)를 보면 직접 인형극을 관람한 내·외국인 대상 조사에서 응답자의 77.3%가 베트남 국가 경제 이익에 기여할 것이라 응답했다. 전통문화와 민족문화의 현대적 계승 가능성에 대해서도 93.1%가 '그렇다'고 답했다. 문화마케팅 정도에 있어 94.7%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을 만큼 홍보와 활용에 있어 미진함을 노출했다.

표본수가 크지 않지만 베트남 수상인형극이 처한 현실을 진단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문화마케팅 관점에서 볼 때는 고민스럽다. 전통문화의 가치를 전승해야 하는 과제와 투자유치와 활용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전략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문화유산 범주에 포함되지 않다보니 일부 상업적 활용으로 공동체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가 하면 유산적 관점에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특별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가적 이익 창출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적 관점으로 보면 이미지를 키우고 활용 가능성을 진단한 뒤 경제적 이익을 끌어내는 수순을 밟으면 되지만 전통문화 관점에서는 다르다. 시정 측면에서도 고객을 유지하고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지원과 인지도 확보로 성과를 끌어내는 것이 정석이다. 수행자 입장에서는 문화유산 전승에 대한 자부심과 더불어 적절한 규모를 유지 또는 확보해 가치를 극대화하는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을 바란다. 어느 쪽에 무게를 둬야 할지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제주해녀문화 역시 아직 이런 고민들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정 수준 해녀 수를 유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요 생활 영역인 바다 환경을 지켜야 한다. 이 것 만으로는 전체 해녀문화의 일부분 밖에 소화하기 어렵다. 해녀정신이라 일컫는 공동체성을 비롯해 가족이나 지역 사회에 대한 헌신, 적극적인 경제적 활동과 전통 문화의 계승 등을 구체화하고 현대에 접목 또는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공연 등 협의의 문화 콘텐츠적 해석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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