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관 문화예술학 박사·공연기획자·논설위원

지난주에 제주도내에서는 흔하지 않은 두건의 문화예술분야의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하는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과 전문무용수지원센터의 제주국제댄스포럼이 그것이었다. 모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으로, 공연유통 및 지역문예회관의 활성화와 무용분야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공공기관이다. 해비치축제는 십년전부터 제주동부지역 표선에서 우수공연과 유통 및 아트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면서 전국의 예술가 및 기획자 수천명이 찾아오고있는 축제이다. 또한, 작년부터 시작한 제주국제댄스포럼은 수준 높은 무용과 발레공연, 어린이와 노인 및 치매환자를 위한 무용교육 등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제주서부지역 상가리를 중심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문화 핵심가치 : 자율성 다양성, 공정성

오페라를 보려면 이탈리아를 가야하고, 프랑스에 가면 루부르 박물관을 들러야하듯이 뮤지컬을 보려면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를 가보아야한다. 18세기 서유럽의 전통적인 오페라 형식에 세익스피어적 연극과 쇼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장르가 바로 뮤지컬이다. 영국이 본산지였지만 세계2차대전 이후에 미국 브로드웨이로 이동하면서 상업뮤지컬로 재탄생하였고, 호황을 누리다가 1980년대 영국의 천재 작곡가 앤드류로이드웨버와 제작자 카메론메킨토시가 일으킨 뮤지컬 붐으로 인해 세계 뮤지컬 흐름이 브로드웨이에서 웨스트엔드로 단숨에 바뀌었다. 캣츠, 오페라의유령,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레미제라블 등이 바로 런던의 웨스트엔드에서 제작하여 성공한 뮤지컬이다.

 

영국의 문화정책은 철저하게 “팔길이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근간으로 한다. 1945년 영국 예술평의회에서 발표된 이 정책은 예술을 정치로부터 거리를 두기(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그 당시 영국정부가 문화 분야에 재정지원을 하면서 사업추진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 예술가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한 데서 출발한 것이다. 아마도 영국의 뮤지컬이나 다양한 박물관정책이 활성화 된 것은 팔길이원칙을 정부에서 지켜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암울했던 군사정권시기 대중가요 검열과 금지를 통해 탄압했던 정책이나, 문예진흥기금 등 문화예술 분야에 공적지원금을 보조하면서 다양한 조건을 내걸고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정책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제주의 경우 전문 공공문화공간이나 공립예술단체를 행정에서 관리, 감독, 운영하고 있는 불편한 문화행정들은 하루라도 빨리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되어야 할 현안과제이다.

 

지역문화콘텐츠 문화상품

선진외국 문화정책의 흐름을 보면, 국가간 장벽이 없어지고 고유한 지역문화를 베이스로 제작된 문화콘텐츠를 강화하고, 문화예술을 통한 중앙과 지역의 네트워크 확대 및 국내외간 문화교류 등이 중요시되고 있다. 특히, 지역문화 베이스로 제작된 공연과 전시, 다양한 지역축제, 문화도시 등의 콘텐츠를 지역브랜드문화상품으로 개발 육성하면서 역사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지역사회의 화합 및 경제적 수익창출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한국적 콘텐츠를 베이스로 탄생시킨 논버벌 퍼포먼스 난타, 뮤지컬 명성황후, 행정에서 시작하여 전국 최우수축제로 선정된 제주들불축제, 제주관악인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일구어낸 제주국제관악제처럼, 두 번째 세 번째 지역문화상품이 개발 육성되어져야한다. 때마침 영향력 있는 정부소속 두 기관이 우리 제주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제주해비치축제와 제주국제댄스포럼이 지역브랜드문화상품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도내외에서 힘을 모아야한다. 주관기관과 지역 예술가의 협업, 제주도민의 참여와 관심에 성패는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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