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 논설위원

해마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이 되면 가끔 선물을 받는다. 대학 교단을 떠난 지도 벌써 25년이 지났으니 대학 시절 제자들에게서 받는 선물은 뜸해졌지만 검찰청소년선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맺은 인연이나 사회적 활동으로 맺은 후학들에게서 가끔 선물을 받는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선물을 자주 받는 편이기는 하나 스승의 날에 받는 선물은 특별히 기쁘다.

금년에도 요양병원을 시작하면서 인연을 맺은 직원에게서 선물을 받았다. 마음의 스승이라고 하며 선물을 주니 너무  고맙다. 병원에서 이미 올라갈 자리를 전부 올라갔으니 진급이나 다른 이차적인 이득을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서니 더욱 기쁘다.

인생을 되돌아볼 때마다 내가 얼마나 선생님들의 은혜를 입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의과대학 교수를 사직하고 고향에 내려와 의원을 차리면서 맨 먼저 한 일은 스승님들을 찾아뵙는 것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고향을 떠난 지 18년 만에 귀향하니 그 사이에도 별세하신 은사님들이 계셨고, 몇 분은 그 사이 육지로 이사 가시거나 심지어 외국으로 망명하신 분들도 계셔서, 갖은 노력에도 찾아뵙지 못 한 분들도 계셨다.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신 선생님은 오자마자 별세하셔서 무척 서글펐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은사님들을 찾아뵙는 제자들이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선생님들의 보람이라는 것이 제자들이 잘 되는 것과 자주 찾아뵙는 것인데, 제자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선생님들이 신이 나서 가르칠 수가 없을 것이다. 교육이라는 것이 선생님들의 학문적 실력에도 영향을 받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생님의 열정이라고 볼 때에 이것은 제주의 교육을 위해서 얼른 고쳐야 할 사항이라 여겨졌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졸업 20주년을 기념하여 은사님들을 초청하여 사은회를 여는 것이었다. 그런 적이 없었으므로 반대하는 친구들도 있었으나 대부분 찬성하여 성대하게 사은회 겸 Home Comming Day를 개최하였다. 은사님들께서 무척 좋아하시는 것을 본 친구들 모두 흡족해 했다. 그 후로 후배들도 본받아 이런 행사를 치르게 되고, 덩달아 다른 학교에서도 점차 본받아 이제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열리게 되었다. 한동안 여학교에서는 없었는데 이제는 한다고 하니 반갑기 그지없다.

하지만 '김영란 법'이 시행되면서 스승의 날에 학생이나 학부형이 선생님께 선물 드리는 것이 불법이라고 하니, 이런 것을 법으로 막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치맛바람이 거세지면서 선물을 하지 못 하는 학생이나 학부형들께서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것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모든 것을 법으로 규제하려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보여 진다. 법이라는 것이 권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무엇 무엇을 하지 말라는 것이니 법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하지 말아야 하는 일들이 많다는 것이고, 그것은 그 사회가 그리 바람직하지 못 하다는 증좌이기도 하다.

그런데 신문보도를 보다보면 오히려 선생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권위가 떨어진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한다.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의 권위를 지켜드려야 할 학부형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선생님들의 권위를 짓밟는 행동들을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장래가 무척 걱정이 된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올바로 자라기를 바라는 것은 정말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스승의 날에 이제는 많이 쇄약 해지셨지만 살아 계신 은사님을 찾아뵙는 것은 안타까우면서도 즐거운 일이다. 우리가 스승님들을 찾아뵙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이기도 하지만, 현직에서 나라의 장래를 걸머질 청소년들을 지도하고 계신 선생님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드리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남는 자원이라고는 사람밖에 없다. 이 자원을 어떻게 쓸모 있게 만드는 가에 우리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선생님들께서 신이 나서 교단에 서실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열과 성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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