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편집상무·선임기자

△규제 양산으로 도민 고통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무원의 몸집을 또다시 불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민선7기 출범과 동시에 단행한 조직개편으로 241명을 늘린데 이어 최근에는 102명을 추가하는 정원 조례 개정안을 수립, 도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중앙정부의 방침에 따라 공무원을 늘리기도 하지만 '신규 행정수요 대응 강화' '양질의 행정서비스 제공' '주민 복리 향상'의 화려한 미사여구도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지난해 7월 241명을 늘리면서도 미래산업 추진 및 도민소통, 공직혁신 및 행정 서비스 강화 등 도민 행복을 주창했고, 최근 102명 증원과 관련해서도 차고지증명제와 교통유발부담금, 미세먼지, 사회복지 커뮤니티케어, 신규 공공시설물 개관, 일선행정 기능 강화를 증원 배경으로 제시했다. 

도의회가 도의 정원 증원 요청을 승인하면 공무원 총수는 6107명으로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의 5169명보다 938명 늘어난다. 이에앞선 2014년 7월~2018년 6월말까지 민선6기 도정 4년간 매년 평균 360여명씩 1143명을 신규 채용하는 등 지속적으로 몸집을 늘렸다. 

도가 '도민 행복'을 앞세워 행정조직과 공무원 수를 계속 늘리지만 동의하는 도민들이 몇 명이나 될지 의문스럽다. 1·2·3차 산업 등 전 분야의 침체로 제주경제가 불황을 겪고 있음에도 공직사회의 해법은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농축수산물 가격하락과 내수산업 침체 장기화로 종사자들이 생존의 위기에 내몰려도 뾰족한 해결책을 찾아볼 수 없고, 건설업과 관광 등 3차산업 역시 제주도정의 신규 투자유치 중단 및 관광객·이주민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고사위기에 놓여 있음에도 기업인의 어려움을 해소할 규제개선 의지는 물론 업무역량이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발표한 전국 기업체감도 조사에서도 도내 기업인들은 경영난을 해소할 제주 공직자들의 규제개선 의지가 109위, 공정·신속·전문·적극성 등 업무 태도는 92위, 과도한 자료 요구와 자의적 법령 해석 등 행정행태는 72위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공직사회가 경제난 극복의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자 도민 행복을 위해 공무원 숫자를 늘렸다는 도정의 해명도 궁색해지고 있다. 공무원 숫자가 늘어날수록 도민의 행복도가 향상되기는커녕 새로운 규제를 만들면서 도민 위에 군림하려 드는 게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도민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소극행정 공무원에 대한 승진제한 등 페널티가 필요함에도 현실은 정반대다. 행정조직을 늘려 승진자리를 증가시킨 결과 법적으로 승진에 필요한 최저 기간만 채우면 승진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흘러나고 있다. 승진자리가 부족해 성과 창출 등 치열하게 경쟁했던 모습은 빛바랜 추억에 불과할 정도다

공직사회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하지 않으면서 '복지부동' '실·국장 태평성대'란 비아냥도 제기된다. 도민 행복을 위해 중앙절충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공무원들이 중앙정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거나, 인맥을 활용해 돈(국비)과 정책을 이끌어낼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무원 조직의 몸집 불리기가 도민행복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주민복지 향상에 쓰여질 예산을 잠식하는 문제를 낳고 있다. 공무원 숫자가 늘어날수록 그들을 부양할 주민들의 세금 부담만 늘어나는 이유다.
      
△원 지사의 책임이 크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무원 공화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공직사회를 혁신할 원희룡 지사의 책임이 크다. 어쩌면 전임 도지사들과 달리 업무역량이 낮은 공무원들에게 관대한 원 지사의 도정운영 방식이 '복지부동'과 '실·국장 태평성대'라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지적도 부분적으로 수긍이 간다. 

도민 행복을 위해 공무원의 조직과 숫자를 늘려 승진자리와 규제를 계속 증가시키는 것 보다 간부공무원 직위해제 등 소극행정으로 일하는 공무원을 엄히 대하는 처방전이 지금은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