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대표

아마추어가 문제에 접근할 때 가장 저지르기 쉬운 오류는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근원적인 문제를 보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흐르는 문제만 짚어 해결하고자 한다. 이공계 계통에서 새로운 물건을 만들게 되면 반드시 하는 것이 제품의 시뮬레이션이다. 해당 제품이 사용되는 환경과 가장 유사한 환경을 구축하고 수만 번의 테스트를 거친다. 그리고 시중에 출시하기 전에 어얼리 어댑터들의 테스트를 받고 출시한 후에도 사용자들의 후기를 모니터링 하여 미처 생각지 못했던 오류와 기능들의 수정을 진행한다. 정부의 일은 기능적인 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단발적인 일이 없다. 일련의 활동들은 크고 작은 톱니로 연결되어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전체를 볼 때 지엽적인 것들은 일시적으로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각각의 톱니로 연결되어 연쇄적인 반응으로 돌아가는 기기에 작은 나사 하나의 중요성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을 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의 덩치가 있으니 2세 3세가 재산을 지키지 못해도 쌓아놓은 재산을 까먹으면서 살아간다는 말이다. 작금의 우리나라의 형편이 이렇다. 열심히 뛰어도 모자란 경제인데 벌써 선진국인 냥 이 작은 나라가 성장은 됐고 분배에 치중하다 보니 까먹는 재산이 도를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3년을 채우기도 전에 거덜나게 생겼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1월부터 4월 정부의 관리재정 수지가 38조8천억 원 적자임을 발표했다. 정부의 재정확장정책으로 늘어난 지출이 올해 목표치의 90% 가량을 벌써 육박하게 만든 것이다. 역대 최대의 적자를 바라보며 가슴 철렁한 깨달음을 가져야 할 텐데 문제는 곧 만들어질 성과를 내세우며 더 가속도를 붙여버릴 정부이기에 걱정이다. 

내수가 안돌고 외수도 내리막길이면 정부의 세수도 줄어든다. 그래도 재정확대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재정수지는 더 큰 적자폭을 만들고 국가부채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도미노 파장은 나라 전체를 흔들고도 남는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단순비교가 만드는 치명적 오류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서로 다른 환경의 차이, 수준의 차이를 배제한 비교로 강행하는 정책의 끝은 혼란뿐이다. 세계 제1의 경제대국 미국과 이를 넘어서겠다는 중국의 무역분쟁이 패권다툼이 되고 있다. 전략적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유리하게 만들고자 가지고 있는 파워를 동원하여 쟁쟁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 둘이 주고받는 관세로 양국의 경제가 영향을 받기 시작했고 기업들이 작업을 멈췄다. 그리고 이 두 나라는 각자 관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에게 깔맞춤을 강제하기 시작했다.

이로인해 우리 기업들에게 강력한 압력들이 들어오고 있다. 미국도 중국도 거래하는 기업은 물론 우리 정부에게 자신의 편에 서라는 요구를 했다. 양국모두 우리에게 주요한 거래처인 관계로 이 둘 사이에 진퇴양난인 기업들이 정부를 바라봤지만 우리 정부는 눈길을 돌렸다. 국가는 국민과 기업의 울타리이다. 이들이 자발적이던 타의적이던 위험 상황에 처하면 이를 막아내야 한다. 우리나라의 수출의 주요 동력인 기업들의 위험은 곧 나라의 위험이다. 미국도 중국도 자국의 기업을 위해 전면으로 나섰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 경제가 뻗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중 타깃이 되는 중국의 화웨이기업은 5G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이 기술이 향후 미치게 될 영향력을 볼 때 선점의 지위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다가온 4차 산업혁명과 아울러 5G 기술이 만들어낼 무한의 가능성이 대통령과 국가를 움직이는 마당에 우리 정부의 뒷짐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을까. 이것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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