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제주혈액원장

최근에는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헌혈의 집을 방문해 가족 헌혈을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예전 같았으면 자녀가 헌혈하는 것에 대해 반대를 하거나 자녀가 헌혈한 것에 대해 혈액원에 항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요즘은 공부만이 아닌 기부나 나눔의 정신을 알려주고자 하는 부모들이 많아진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하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인구도 감소하고 생활의 여유도 줄어들다 보니 실제로 헌혈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2018년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 헌혈인구는 288만 명으로 헌혈이 가능한 전체연령의 7.3%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매년 헌혈인구가 감소해 전년도보다 1.6%인 4만6000명이 감소해 해마다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상황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감안한다면 인구는 점점 더 큰 폭으로 감소하고 반면 혈액을 사용하는 고령 인구는 점점 늘어나는 현실로 향후 5년 후에는 혈액부족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제주의 경우는 어떨까? 지난해 제주는 3만4264명이 헌혈에 참여했으며 이는 전국 헌혈량의 1.2%에 해당된다. 제주 역시 매년 헌혈이 감소하고 있는데 감소 폭이 9.4%(3540명)로 전국 감소율인 1.6%보다 매우 높은 편이다.

더구나 전체 헌혈자의 65%가 10~20대 연령으로 구성되면서 저출산이 지속될 경우 제주도내 필요한 혈액을 공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제주지역의 혈액사용량은 5만245유니트로 전년도에 비해 15%나 증가했으며 해마다 혈액사용량은 증가하는 추세다. 제주의 지역적인 환경과 특성을 고려해본다면 육지보다 더 많은 헌혈참여가 필요한 현실이다.

많은 사람이 헌혈을 하면 건강에 나쁘지 않을까, 다른 병에 감염되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하지만 헌혈을 한다고 건강이 나빠질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 몸에는 체중의 7~8%에 해당하는 혈액을 갖고 있는데 이 가운데 15%는 비상시를 대비해 여유분으로 갖고 있는 혈액이다. 

우리 몸은 신체 내·외부의 변화에 대한 조절능력이 뛰어나 헌혈 후 1~2일정도면 혈관 내·외의 혈액순환이 회복되면서 건강에 해가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헌혈에 사용되는 바늘, 혈액백 등 모든 기구는 무균처리돼 있으며 한번 사용 후에는 모드 폐기처분 하기 때문에 헌혈로 인해 다른 질병에 감염될 위험은 전혀 없다.

이제는 10~20대 젊은층의 헌혈에 의존하지 말고 3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서 솔선수범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잠깐의 시간이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생명을 얻는 소중한 일이기 때문에 훨씬 더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매년 6월 14일은 헌혈운동과 관련한 4개 국제기관인 국제적십자연맹, 세계보건기구, 국제헌혈자조직연맹, 국제수혈학회가 정한 '세계헌혈자의 날'이다.

이 날은 세계 모든 사람에게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고 헌혈자에게 감사와 존경을 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올해는 '미래를 준비하는 목소리'라는 주제로 사회 각층의 '헌혈참여 호소'가 담긴 목소리를 전하고 관심과 참여를 촉진하는 여러 가지 행사를 각국에서 진행한다.

지난해 1000회가 넘는 헌혈로 240만명의 아기의 목숨을 건진 황금 팔을 가진 호주의 제임스씨를 소개한 적이 있다. 

우리 제주에서도 매년 3만5000여명의 황금 팔을 가진 헌혈자들이 곳곳에서 생명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정말로 고마운 분들이 아닐수 없다.

우리도 지금 잠깐 시간을 내 헌혈에 참여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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