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태풍 솔릭으로 인해 범람한 하천(자료사진).

최고 5등급 10개지역 대피시설 이동시간·거리 길어   
가이드라인 명목 지정 탈피·최적 경로 제시 등 과제

제주도내 자연재난 인명피해 고위험지역의 대피체계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험지역의 대피시설 대부분이 중앙부처 가이드라인을 맞추기 위한 '명목적 대피소' 역할에 그치면서 이동시간 등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대피체계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연구원이 분석한 제주도 자연재난 인명피해 예방 관리체계 구축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인명피해 우려지역 119곳에 대한 현지조사와 전문가 분석 등을 실시, 재해 취약등급을 분류한 결과 최고 등급인 5등급을 받은 '집중관리지역'은 모두 10곳이다.

이 가운데 저지대 침수 위험지역은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신촌리, 한림읍 협재리, 구좌읍 월정리,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해안가 일대 등 6곳이다. 

제주시 애월읍 하귀 1·2리, 한담지역은 해일로 인한 침수 위험지역으로 분류됐으며, 제주시 한림읍 옹포리는 파도 휩쓸림 사고 위험지역으로, 이도1동 산지천 일대인 남수각지구는 차량 침수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연구원이 집중관리지역의 대피체계를 분석한 결과 법환·한담지구외 8곳지구 모두 기존 대피시설은 대피시간과 이동거리가 길어 대피시설 재지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한림고등학교를 대피시설로 설정한 협재지구의 대피 예상시간은 30분(2.7㎞)으로 집중관리지역가운데 시간·거리가 가장 길다.

용역진은 협재지구 대피시설을 협재리복지회관(10분·0.4㎞) 등 해안에서 접근이 쉬운 대피소를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조천·신촌지구는 대피이동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대피권역을 구분, 대피시설을 지정할 것을 제시했다.

현재 조천리사무소만 지정한 대피시설을 조천읍사무소와 리사무소로, 신촌리사무소로 지정된 대피시설을 신촌동부마을회관과 신촌지역아동센터로 지정하면 이동시간을 20분에서 10분대로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천 주변에 있어 집중호우때 대피가 힘든 하귀지구는 기존  대피시설인 하귀1리사무소 외에 윤정빌라를 추가로 지정하고 남수각지구 대피시설은 기존 이도1동주민센터(10분·0.6㎞) 대신 동문공영주차장과 동문시장고객지원센터로 재지정해 대피시간을 5분(0.2㎞)으로 줄일 것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월정지구는 기존 대피시설인 구좌중앙초등학교(20분·1.3㎞)를 월정리마을복지회관(10분·0.4㎞)으로, 화순지구는 기존 화순리사무소(20분·1㎞)를 화순동하동경로당(10분·0.3㎞)으로, 옹포지구는 기존 한림고등학교(15분·0.8㎞)를 옹포리종합복지회관(5분·0.3㎞)로 재지정해야 한다고 조사했다.

제주연구원은 집중관리지역 대부분이 중앙부처 가이드라인을 맞추기 위한 맹목적인 지정에 불과, 지역주민과 관광객에게 최적의 대피경로를 제공하기 위해 대피소 지정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는 최종보고서 결과를 바탕으로 내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인명피해 우려지역 관리방안과 주민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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