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논설위원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권이다.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와 사망률 모두 OECD 회원국 평균보다 2~6배나 높다. 한해 평균 4000여명이 교통사고로 소중한 목숨을 잃는다. 
 
이런 까닭에 정부와 지자체는 교통사고 사망자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지속적인 캠페인과 교통 안전시설 확충 등의 효과로 여전히 OECD 기준에 못미치는 수준이기는 해도 최근 몇년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감소하고 있다.  

올들어서도 전국적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줄이기가 성과를 이어가고 있지만 제주는 거꾸로 가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올해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제주지역 교통사고 사망자는 되레 증가한 것이다. 

경찰청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347명으로 잠정집계되면서 지난해(1501명)보다 10.3% 감소했다. 음주운전(32.9%)과 고속도로(30.8%), 보행자(13.9%) 등의 사망사고가 모두 크게 줄었다. 

반면 제주지역 교통사고 사망자는 올해 5월말 기준 33명(잠정)으로 전년(31명)보다 6.5%가 늘었다. 이는 인천(22.9%)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더욱이 전국 16개 시·도 중에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늘어난 지역은 인천과 제주를 포함해 경북(2.0%), 경기(0.4%) 등 4곳뿐이었다.
제주지역 교통사망사고가 더욱 걱정인 것은 보행자 사고가 많다는 것이다. 올 1~5월 사고 유형 중에도 차대 사람이 16명으로 최다였다. 이어 차대 차는 12명, 차량 단독 사고로 5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역시 사망자 82명 중 절반에 가까운 37명(45.1%)이 보행자 교통사고에 의한 것이었다.

이들 사고 중에는 무단횡단 등 보행자의 부주의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차로는 물론이고 횡단보도에서조차 사람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게 지금 우리의 교통 현실이다.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임에도 불구하고 운전 중 보행자에 대한 배려는 너무도 부족하다. 
도로교통법상 운전자는 보행자가 건널 경우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서야 한다. 또 횡단보도 정지선이 있는 곳에서는 무조건 일시정지 하고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도록 보호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운전자는 썩 많지 않다. 사람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데도 버젓이 주행을 계속하는 마당이다. 보행자가 없는 횡단보도 정지선 앞에 멈춰섰다가는 뒤 차량이 경적을 울려대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횡단보도에서의 사고도 적지 않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내에서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2016년 245건(사망 6명·부상 261명), 2017년 245건(사망 6명·부상 261명), 지난해 226건(사망 5명·부상 234명) 등 모두 716건(17명·756명)에 달한다.

제주도는 국제안전도시 공인센터(ISCCC)로부터 인증받은 국제안전도시다. 2007년 첫 공인 이후 2012년 2차 공인에 이어 2017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3차 공인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아서야 국제안전도시의 위상이 무색해질 노릇이다.

교통사고 예방은 경찰과 행정기관의 교통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운전자는 음주운전이나 과속,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를 어기지 않는 것은 물론 보행자를 우선하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보행자 역시 무단횡단을 않는 등 스스로 사고가 나지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경찰과 제주도는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교통안전 정책을 책임있게 추진해야 한다. 
국제안전도시 제주가 '교통사고 왕국'의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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