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영삼 전 UNITAR제주국제연수센터 소장·논설위원

1년 전 이때 즘 세기적 대사건인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을 유치하여 외교적 우수성을 증명한 싱가포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최 비용 133억 원을 부담하며 경제력까지 과시하였다. 원래 잘 나가던 싱가포르였지만, 이 행사를 멋지게 기획함으로써 '효율' '기민' '우수' '번영'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한마디로 말해 외교적으로 한 건 한 셈이다.

여기서 싱가포르 정부가 관대하게 부담한 133억 원의 사용처를 한번 따져보자. 상당액은 양측 대표단의 호텔 숙박비, 식사비, 교통비로 쓰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예산 대부분이 싱가포르 내 호텔, 식당, 운수회사에 흘러 들어간 것이다. 즉 싱가포르 정부가 댄 비용이 국외로 유출되지 않고 자국 기업에 고스란히 혜택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다.

한편 이 행사로 거둔 광고효과는 어떠한가. 정상회담이 열린 장소는 물론 양측 대표단이 머물렀던 호텔에는 예약 문의가 쇄도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밤중 나들이길에 셀카를 찍은 곳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당시 관련 행사가 생방송으로 전세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니 광고효과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비용 대비 효과를 계산해보니 경제적으로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역시 싱가포르다운 실리성이 돋보인다.

제주도도 눈에 확 띄는 국제회담 장소로 자리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오고 있다. 그간에 미국, 중국, 일본, 소련 등 각국 정상의 방문과 크고 작은 국제회의 유치 등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국제회담 장소로 이미 정평이 난 싱가포르의 명성과 비교하면 뭔가 부족한 듯하다. 무엇이 그런 차이를 가져왔을까.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중요 국제회의나 정상회담을 지속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후보지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미리 갖춰야 할 선결조건이 몇 가지 있다. 싱가포르에서 답을 찾자면, 자연, 인프라, 소프트웨어, 효율성과 실용성, 공평성과 신뢰성, 주민의 태도 등이 아닐까 싶다.

제주도의 상황은 어떨까. 우선 자연조건을 본다면 제주도는 이미 만점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자연유산만도 여럿이다. 올레길은 아름다운 풍경과 제주 지역민들의 문화를 직접 느낄 수 있게끔 조성되어 있다. 누구든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서 편한 자세로 회담에 임하고자 할 것이다.

회담 장소로서의 인프라는 어떠한가. 중문 해안을 따라 즐비한 고급 호텔과 컨벤션센터 등 시설이 수준급이고 규모도 작지 않다. 교통편은 제주시내 교통체증이 아쉽긴 하지만 다른 대도시에 비해 그리 심한 편이 아니니 자동차로 해결이 가능하다. 

그런데 공항의 사정은 좀 다르다. 제주-김포 구간의 비행 빈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활주로 부족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으며 대합실의 번잡함으로 인한 공항시설 이용 상의 불편 사항은 국제공항이라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다.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제주도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먼저 나서야 중앙정부도 움직이기 마련이다. '지방이 뭘 할 수 있느냐'는 냉소적인 시각도 있지만, 길을 꼭 먼 곳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제주도청이나 도내 기관, 연구소, 그리고 도민이 갖고 있는 네트워크를 가동해보자. 제주를 찾았던 외국 지도자, 외교관, 기업인, 학자, NGO 관계자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호의가 의외의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즉 전 세계에 뻗어 있는 '제주를 사랑하는 친구들의 네트워크' 속에 답이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세계인의 머리 속에 제주도가 청정 자연, 완벽한 인프라, 도민의 친절을 두루 갖춘 최상의 회담 장소로 각인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거기에 제주도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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