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정치부장

바둑용어 중 '노림수'가 있다. 노림수는 다른 목적을 위해 일부러 엉뚱한 곳에 두는 수 또는 상대의 말을 잡고자 하는 의도를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하거나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는 기회를 노리고 두는 수를 말한다. 지금은 승부에서 이기거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쓰는 수완을 비유적 표현으로 쓰인다.

일본아베 총리는 '한국은 약속을 안 지키는 나라'라는 이유를 들어 한국에 대해 보복적인 내용을 담은 수출 규제조치를 발표했다. 일본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와 고순도불화수소(애칭가스)에 대해 한국으로 수출을 규제한다는 내용이다. 즉, 한국의 주력수출제품인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사용하는 핵심 소재 및 부품수출을 막아 한국에 큰 타격을 입힐 속셈이다.

지난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채택한 공동성명서에는 "우리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차별이 없으며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무역과 투자환경을 실현하고, 시장을 개방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G20 정상회담 의장국의 수장으로서, 공동성명을 끌어내고 직접 발표했지만 일주일만에 공동성명을 위반했다.

아베 총리는 G20정상회담 의장국 수장으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싶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북미회담을 열면서 완벽하게 묻히고 말았다. 

아베 총리는 '한국 때리기'는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위한 승리를 위한 일종이 전략이라고 일본 현지 언론들이 분석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강재징용 배상문제 등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건드려 일본내 보수층에 호소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눈앞의 인기를 얻으려 장기적인 국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북핵문제나 북한미사일 발사 남북 또는 북미관계가 악화되면 자신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반사이익을 누려왔다. 이 때문에 최근 남북과 북미의 화해 분위기는 아베 자신에게 악재로 여겼고, 결국 과거사 문제와 한일무역전쟁 등으로 주변국과의 관계 악화를 통해 내부 결집을 노릴 수 있는 것이다. 아베의 노림수가 '발등의 불'을 끌 수 있을지 몰라도 주변국과 관계 악화만 악용한다면 결국 대형 화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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