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홍보대사

우리 사회는 20여 년 전 IMF 국가부도위기 사태 이후 공동체 파괴와 복지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경험하면서 사회복지 네트워크에 대한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과정에서 향후 한국사회의 진로가 사회복지네트워크를 어떻게 자리 잡게 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복지네트워크' 개념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았다.

이와 같은 인식 속에서 제주는 급변하는 복지환경에 대처하기 위하여 지역사회 내 단체 및 복지관 등과 다양한 연대와 교류의 장을 촘촘히 마련해왔고, 사회복지 서비스 및 주민 생활지원 서비스 제공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민·관, 민·민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복지제주'로 나아가기 의한 노력을 했다. 

그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고, 많은 부분이 시스템화됐지만 요즘 들어 일정 부분 정체기를 겪고있다. 그래서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복지제주로의 도약을 위해 '제주공동체가 함께 디자인해 나가는 제주복지네트워크'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몇 년 전 번역되어 주목을 받았던 에치오 만치니라는 사회혁신 디자이너가 쓴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라는 책에서 저자는 "우리는 모두 사회혁신의 디자이너다"라고 주장하며 기술적 발전과 산업화의 촉진으로 발생한 부작용인 지역공동체 파괴의 위기의 시대에서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이를 위해 공동체세상을 디자인하는 사회혁신 디자인의 위대한 실험이 진행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사회복지네트워크의 강화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새로운 사회적 방식을 찾아나서는 세계이며 사회전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와 삶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전문 디자이너(사회복지전문기관)는 사회혁신 과정(사회복지네트워크 결성과 강화)에서 수많은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모두가 디자이너가 되는 시대에서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한 오픈 소스 운동이 더해지면 개인(제주도민)의 디자인 능력(능동적 사회복지 참여)은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복지를 위한 사회혁신은 소수의 전문기관과 전문가 개인이 추진할 수 없다. 열린 사회복지네트워크 세상에서는 개인의 재능보다는 공동체가 발휘하는 지혜가 새로운 활로를 마련해줄 것이다.

물론 현재 다양한 사회복지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은 여러 문제점과 한계점에 대해 고충을 이야기 한다. 공공기관에서는 민간에서 진행하는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는지 또는 관심은 있는지. 민간에서는 공공기관과의 관계형성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등 이러한 의견들을 모아 제주 지역과 문화의 특성에 따라 정교하게 설계한 소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인 사례로 만들고 확산시켜 세상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 사회혁신 디자인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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