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세상에는 특이한 세금이 많다. 이는 그 나라가 당면한 과제를 보여주기도 한다. 인도에는 에어컨이 있는 식당에 부과하는 에어컨세가 있다. 이는 에어컨을 설치해 음식값이 비싸진 식당은 소득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네덜란드에는 주행거리 1㎞당 0.03유로의 세금을 부과하는 '자동차 주행부가세'가 있다. 이는 교통혼잡과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전기차나 버스, 택시에는 부과하지 않는다. 독일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한 '강아지세'가 있다. 지역과 견종에 따라 강아지 한 마리당 약 90유로에서 600유로까지 다양하다. 

최근 국내에서 설탕세(비만세)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설탕세란 당류가 과도하게 들어 있어 비만 위험을 높이는 음료와 식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설탕세는 노르웨이(1981년), 사모아(1984년), 피지(2006년), 핀란드·헝가리(2011년), 프랑스(2012년), 멕시코·칠레(2014년) 등이 먼저 도입했다. 이후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설탕세 도입을 권고하면서 아랍에미리트·태국(2017년), 필리핀·영국·아일랜드(2018년) 등지로 확산됐다.

실제 영국에서는 설탕세 도입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설탕세는 소비자가 아닌 제조업자에게 부과되는데 당분 함유량이 높은 소프트 음료를 대상으로 한다. 설탕세 도입 후 업체들이 설탕세를 내지 않기 위해 스스로 음료에 들어가는 당분 함유량을 줄이면서 당초 예상보다 세수가 덜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 설탕세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12∼18세)의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은 80g으로 전 연령 평균보다 약 1.2배 높은 편이다. 또 가공식품 섭취에 따른 청소년의 당 섭취량 57.5g 중 음료가 14.3g, 탄산음료가 9.8g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반면 설탕세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고 증세에 반발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설탕세 도입이 비만을 줄이는 데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국민 건강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 마련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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