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사회부 차장

떡 나누어 먹듯 한다. 시제를 지낸 뒤에 제사음식을 참석자에게 전부 나눠 주듯이 음식을 고루 나눠 먹는다는 의미의 속담이다. 시제에 올렸던 음식은 시제가 끝난 후에 참석자 모두에게 빠짐없이 고루 나눠주는 것이 상례다. 떡 나누어 먹듯 한다는 속담은 차별 없고 빠짐없이 고루 나눠주는 경우를 일컫는다. 최근 들어 한국 사회에서 '떡반 나누기식' '떡반 나눠 먹듯이 한다' 등은 비판을 의미하기도 하다.

제주도의회가 지난 11일 제375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2019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했다. 본회의에 앞서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계수조정을 통해 모두 93억9395만원을 감액하고 재조정하는 것으로 수정 의결해 본회의로 넘겼다. 하지만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이번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제주시 예산을 과다 증액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예결위는 제주도가 편성한 추경안 가운데 모두 50억5300만원을 삭감하고 24억6400만원을 증액했다. 서귀포시 추경안은 30억600만원을 감액하고, 28억300만원을 증액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제주도와 서귀포시가 편성한 추경안은 삭감했던 도의회가 제주시 추경안의 경우 13억3400만원을 감액하고서 41억2500만원을 증액했다. 도의회는 제주시가 편성한 예산에서 삭감한 13억3400만원과 제주도 본청 추경안(감액 50억5300만원·증액 24억6400만원)에서 확보한 25억8800만원, 서귀포시 추경안(감액 30억600만원·증액28억300만원)에서 확보한 2억300만원 등 27억9100만원을 제주시에 몰아준 셈이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도의원은 모두 13명으로, 이 가운데 12명이 제주시 지역구 출신 도의원이다. 도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를 위해 행정이 편성하지 못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을 감안하면 제주시 지역구 의원 중심의 예결특위 계수조정 결과는 예상했던 결과기도 하다. 도의회는 제주도가 도민 모두를 위해 써야하는 예산을 차별 없고 빠짐없이 고루 나눴는지 철저하게 심사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엔 도의회가 빠진 곳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닌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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