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태 대구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 / 논설위원

1990년대 초반 한 TV프로그램으로 '몰래카메라'가 유행했다. 옛날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당시 몰래카메라는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연예인을 대상으로 엉뚱한 상황을 연출하거나 돌발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연예인의 반응을 시청자들이 보는 일종의 관찰프로그램이었다.

연예인의 어이없어하는 표정이나 놀라거나 당황하는 표정 등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내면서 인기 프로그램이 되었다. 또 일반인을 대상으로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시간 정지선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지킨 운전자를 찾아 '양심냉장고'를 선물하는 예능코너 역시 일종의 몰래카메라였다.

몰래카메라는 예능이라는 프로그램의 좋은 소재였다. 그러나 최근 버닝썬 사태로 촉발된 연예인의 불법 촬영사건을 통해 몰래카메라가 심각한 범죄의 수단이라는 점에 국민 다수의 의견이 모아졌다.

불법 촬영한 영상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채팅 대화방에 공유하고, 유포하기도 하였다. 수사과정에서 불법 촬영물의 게재와 유포를 넘어 성폭행 혐의까지 드러나면서 또 한 번 충격을 안겼기 때문이다.

며칠 전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여자수구선수에 대한 불법 촬영이 적발되기도 하였다. 한 유명한 언론인은 지하철에서 여성의 신체 일부를 불법으로 촬영하다 현장에서 적발·체포되었다. 한 중학생은 또래 여학생을 대상으로 수년간 몰래 찍은 사진을 음란사진과 합성하여 인터넷에 유포하였고 유포된 사진으로 인해 2차 피해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불법 촬영에 대한 사건이 연일 보도되면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여성의 불안감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다수의 피해자인 여성은 성적으로 대상화되고, 상업화되는 왜곡된 성인식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자가 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디지털 성범죄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성범죄라는 용어는 2012년 2400건에서 2016년 5185건으로 불법 촬영으로 인한 신고가 2배 가까이 증가하자, 2017년 '디지털 성범죄(몰래카메라 등)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공식적인 용어로 통용되었다. '몰카'의 의미가 이벤트나 장난 등의 의미가 크게 내포되어 있어 동의 받지 않고 불법으로 촬영된 사안에 대하여 범죄라는 심각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몰카 대신 불법촬영이라는 용어 역시 사용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은 지금도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촬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CCTV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운영제한)에 근거해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누구나 촬영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설치 목적이나 촬영범위, 관계자의 이름과 연락처 등이 포함된 CCTV 촬영 안내판을 설치해두고 고정된 장소에 설치하여 촬영하고 있다.

그 결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료에 따른 우리는 9초에 한번씩 CCTV에 포착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 4월 디지털 성폭력에 대하여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피해자 상담과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 및 피해자에 대한 종합지원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지원하며 상담과 불법 촬영물의 삭제 등에 대하여 별도의 비용 없이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 4월에 문을 열고 2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 접수된 신고 건수만 해도 2200건이 넘고 있으며, 2241건의 삭제가 이루어졌다고 발표하였다. 현재 불법 촬영 등에 대한 디지털 범죄의 양형 수위는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아주 가벼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재범률이 50% 넘는 범죄인만큼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겪게 될 심각한 고통을 고려하여 처벌수위를 높이고, 피해자를 직접 구제할 수 있는 대책이 이제는 강력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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