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범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 회장

투자·거래 감소, 과당 경쟁·기형 구조 등 건설업 고비 상황
고용·생산유발 등 연쇄효과 감안한 정책·제도적 지원 절실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효과…"SOC사업 원만한 진행 필요해"

'약점과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태도야 말로 가장 강력한 장점이다'.

장태범 대한건설협회 제주특별자치도회 회장은 기업코칭 전문기업 에미스 최고경영자인 조너선 레이몬드가 「좋은 권위」를 통해 한 조언을 강조했다. 제주지역 건설업계에 있어 '가장 힘든 고비'라는 시점에 업계를 대표한 수장 직을 맡을 때부터 다진 각오다.

장 회장은 지난달 26일 취임 이후 줄곧 움직였다. 회장단과 제주도와 행정시, 교육청 등을 돌면서 현안을 설명하고 해결 방법을 같이 고민할 것을 요청했다. 업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자세를 크게 낮췄다.

지난 11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 및 노후 인프라 투자 확대 △제주 광역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시설 도 직접 발주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한 공기 연장 및 간접비 보상 △토목공사(상·하수도 등) 설계적용 기준 및 설계변경 제도개선 등을 건의한 것도 그 일환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장 회장은 "제주지역 건설 경기는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고 운을 뗐다. 제주 건설산업은 도내총생산(GRDP)의 12.8%를 차지하고 있다. 고용·생산유발 등 연쇄효과가 타 산업에 비해 높지만 최근 사정은 심각하다. 정부의 부동산 및 금융 규제 여파로 건설 투자가 크게 감소했는가 하면 정부의 SOC 예산도 줄었다. 과당 경쟁과 거래절벽, 기형적인 공사비 책정 구조 등 여러 요인이 구조적으로 작동하며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건설수주액 감소와 미분양주택 증가, 건설업 취업자 이탈 등 악재가 이어지며 업계 전체가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 회장은 "적정공사비 확보와 지속발전가능한 건설환경 조성은 건설업 회생은 물론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건설업에 '부실시공' 등 비체계적·비합리적·환경파괴산업, '3D업종' '하류·사양산업'이라는 부정적 수식어를 제거할 때 젊고 유능한 인재를 제주에 붙잡아 두거나 유치할 수 있고, 연관 산업 동반 발전을 통해 신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 회장은 "도민친화적 건설 문화 정착과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춘 시장 발굴 등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다"며 "제2공항과 신항만 등 SOC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행정에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를 위한 포석"이라고 부연했다. '혼자 가지 않는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이달 말 제주상공회의소와 제주도관광협회, 여성경제인연합회 등 제주 지역 경제 단체 등과 상견례를 겸한 간담회를 계획하고 있다.

장 회장은 "대형업체의 수주 독식을 막기 위해 지역업체와 공동도급 비율을 명시하도록 하고 재건축·재건설 등 도시정비사업에 지역업체 참여비율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지역업체의 자리를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표준품셈 현실화와 적격심사제 낙찰하한율 상향 조정 등 제도 개선을 위해 부지런히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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