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비늘고사리는 제주도의 저지대에 아주 흔하다. 곶자왈에서도 햇빛이 잘 드는 바위틈이나 경사진 곳 또는 절개지에 자란다. 마을에서도 보이는데 주로 돌담의 틈에서 나온다. 상록성이라서 겨울에도 싱싱해 보인다. 간혹 눈이 내린 곶자왈에서 반 정도 묻힌 푸른 식물체를 보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한라산을 관통하는 간선도로의 절개지에도 자라고, 오름의 진입로나 절개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곶자왈을 비롯한 제주도의 저지대에 아주 흔한 식물이다. 이들이 특히 절개면에 잘 정착하는 것은 햇빛을 좋아하면서 물기가 있는 환경을 선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뿌리줄기는 곧게 서거나 비스듬한데 굵고 짧기 때문에 뭉툭한 느낌을 준다. 잎은 보통 길이 50~60㎝다. 잎자루에는 흑갈색 또는 진한 갈색의 비늘조각이 많이 붙어 있다. 잎몸은 좀 마른듯하면서도 겉은 다소 거친 느낌을 준다. 흔히 종이질이라고 표현한다. 양면에 털은 없고 검은 비늘조각이 붙어 있다. 

이 고사리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비늘이 검다는데 있다. 어린잎은 검은 비늘도 싸여 있다 시피 한다. 잎자루도 온통 검은 비늘로 덮이고, 심지어 포막조차도 어느 정도 성숙상태에 들어가면 검은 빛깔을 띤다. 곰비늘고사리라는 이름은 아마도 곰처럼 검다거나 곰이 검이라는 뜻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 학명은 드리옵테리스 유니포르미스(Dryopteris uniformis)이다. 아마도 실엽과 나엽의 모양이 같다는 뜻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비늘고사리는 드리옵테리스 라체라(Dryopteris lacera)라는 학명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라체라는 '잘게 갈라지는'의 뜻을 갖는다. 곰비늘고사리에 비하여 소엽이 훨씬 잘게 나뉘는 모양을 강조한 이름일 것이다. 상록성인 점에서나 크기에서나 곰비늘고사리와 비슷하다. 그러나 곰비늘고사리가 뻣뻣하게 곧추서는데 비해 이 종은 다소 부드러우면서 퍼진다는 점이 다르다. 비늘조각도 갈색이거나 황갈색으로 검은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포막은 색깔을 제외하면 배열하는 모습이나 모양이 비슷하다. 다만 곰비늘고사리 잎 뒷면 전반에 걸쳐 포자낭군이 붙는데 비하여 이 종은 잎몸의 1/3 정도 상부에만 붙는다는 점이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다.

또 하나 비늘고사리의 특징은 포자낭군이 붙는 잎몸의 상부는 포자낭이 성숙함에 따라 쪼그라진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 종은 상록성이긴 해도 겨울철에 온전한 잎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비늘고사리를 제주도에서는 만나기가 쉽지가 않다. 곶자왈이거나 그보다 훨씬 높은 고지대에서만 드물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저지대면서도 유독 곶자왈에서 만은 만날 수 있는 것은 곶자왈이 풍혈지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내는 지형지질학적 특성 때문이다. 

한편 이 두 종의 분포를 보면 곰비늘고사리는 제주도의 저지대에 아주 흔한 식물이지만 전국적으로는 충남, 전남, 울릉도에서나 볼 수 있는 비교적 드문 식물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비늘고사리는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면서 곰비늘고사리가 제주도의 인가에 널리 분포하듯이 육지부에서는 인가의 돌담이나 경사면에 흔하고, 제주도에는 좀 드물다는 차이가 있다. 

일본의 경우 좀 드물긴 하지만 가장 북쪽인 홋카이도에서도 자라고 있으며, 혼슈를 거쳐 큐슈까지 분포하고 있다. 산지 숲속이나 숲 가장자리는 물론 저지대 인가에서도 볼 수 있다. 아주 흔한 식물의 하나다. 그런데 곰비늘고사리는 홋카이도와 혼슈에서는 아주 드물고 그보다 훨씬 따뜻한 시코쿠와 큐슈에 분포한다. 이 종 역시 숲속이거나 인가의 돌담, 절개지 등에 흔히 자라고 있다. 

중국의 상황을 보면 우선 비늘고사리는 북쪽지방인 헤이룽장, 후베이, 쓰촨, 장시, 제장성, 그리고 타이완의 고지대에 분포한다. 주로 1,500~2,500m의 고지대 산림 숲속에 자란다. 그런데 곰비늘고사리는 안휘, 후지안, 장수, 제장성에 분포한다. 주로 남쪽지방 해발 1,200m 이하 저지대에 자라고 있다. 이런 기록으로만 보면 두 종은 같은 장소에 살고 있는 종들이 아닌 것이다. 즉 비늘고사리는 온대성 식물, 곰비늘고사리는 아열대성 식물이다. 이 두 종의 분포로만 봐도 곶자왈은 독특한 환경임을 알 수 있다. 

양치식물의 비늘

양치식물치고 비늘이 없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비늘과는 다른 털도 있다. 지상부에 비늘이나 털이 없다고 해서 지하부에도 없으라는 보장이 없다. 지상부인 경우는 대부분 잎이다. 지하줄기는 대체로 아주 크고 두꺼운 비늘이나 촘촘하게 털로 덮여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늘과 털은 한편 신비로운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 중에는 양치식물이 가지고 있는 이 비늘과 털 때문에 거북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양치식물의 진화사를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거의 모든 식물들이 공통적이긴 하지만 특히 양치식물은 생태적으로나 생식적으로 물과 관련이 많다. 그런데 한편으로 물이라는 것은 빛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햇빛이 강한 곳은 빨리 건조해질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양치식물은 관속식물 중에서는 가장 일찍 지구상에 출현했다. 따뜻하기도 했지만 물이 풍부한 환경에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환경이 점차 추워지고 건조해지면서 양치식물은 이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그러한 생존 전략 중의 하나가 비늘이나 털로 몸을 감싸는 것이다. 이러한 조직들은 추위, 건조, 때에 따라서는 수분을 머금는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바닷가 뜨거운 바위틈에 자라는 도깨비쇠고비는 이런 조직들로도 모자라 수명을 다한 잎조차도 떨어뜨리지 않고 오랫동안 잡아둠으로써 뿌리 부분에 그늘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