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은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논설위원

필자와 비슷한 세대의 초등학생 시절 장래희망은 대체로 대통령이나 과학자였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나 인류의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위인이 어린 시절 꿈꿀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초등학생들이 장래희망으로 손꼽는 직업은 유투버(Youtuber), 연예인, 공무원이라고 한다. 6살 유튜버가 청담동 건물주가 되었다는 기사가 난 것을 보니 요즘 아이들이 유투버나 연예인을 희망하는 것은 그럴 만도 하다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대학생도 아닌 초등학생이 공무원이라니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유를 보면 '안정적 직업'이기 때문이란다. 아마도 어린아이들의 눈에도 고용 불안정이 높아지고 조기퇴직 등 경제·사회적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이 보이는 모양이다.

과거 미국에서 관료제는, 선거를 통해 정권획득에 성공한 개인이나 정당이 관직을 전리품처럼 나누어주는 논공행상적 엽관제(獵官制, Spoil system)로 운영되었다. 따라서 대통령 같은 선출직이 바뀔 때마다 공직사회가 전면적으로 물갈이 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었다. 엽관제가 가지는 장점도 물론 있다. 최고의사결정자와 이른바 코드가 맞는 인사가 가능하고, 공직사회 내부로 다양한 집단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직접 충원됨으로써 관료제 내부에 민주주의적 요소가 자연스럽게 반영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몇 년 단위로 아마추어들이 관료제로 유입됨으로써 행정능률의 저하, 행정의 불연속성, 임용의 불공정성 같은 폐단이 발생하였고, 이러한 폐단을 제거하기 위해 능력이나 자격에 따라 공무원을 임용하고, 한번 공직에 입문하면 정권의 변동과 관계없이 정년퇴직 때까지 공무원으로 봉직하게 하는 직업공무원제(Career civil service system)가 도입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직업적 안정성은 공직이 갖는 최고의 장점이자 매력 포인트로,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공직으로 유인하는 강력한 요소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때로 이 장점은 복지부동, 무사안일, 훈련된 무능, 변동에의 저항 같은 관료제의 역기능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이러한 역기능에도 불구하고 관료제는 지속 가능할 수 있을 것인가. 이미 경기도 등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의 민원행정서비스는 언택트(Untact: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반대를 뜻하는 접두사인 '언(un)'을 붙인 신조어로, 키오스크, 드론, VR(가상현실), 챗봇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사람과의 접촉을 없애는 기술을 말한다)가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람이 담당했던 많은 업무를 기계가 대체하게 되면서 향후 공무원의 숫자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4차산업 혁명시대를 맞이하여 미래세대의 공무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기계와 싸우기(?) 위해 어떤 기술을 가르쳐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 필자와 같은 교육자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미래의 공무원들은 지금과 같이 행정학 교재를 달달 외우는 것으로부터 탈피하여, 기계가 학습하기 어려운 능력, 즉 주민의 애로사항을 공감하고 독창성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되고 있는 적극행정, 국민참여, 정부혁신의 기조와도 일치한다.

그간 우리 도의 우수사례 경진대회 등을 참관하면서, 첨단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대중교통서비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생활 쓰레기 처리시스템과 같은 사례들이 우리 도 공무원 개인의 창의적 노력이 실현된 결과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정부혁신평가에서 제주특별자치도가 최우수기관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앞으로 이러한 노력이 더욱 활발해져 도민생활의 질 향상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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