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제주본부 유통업 환경변화 영향 분석 보고서 통해 경고
실질포화지수 194.0 전국 최고…폐업증가율 94% 등 위기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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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이도동 주택가 골목을 따라 편의점 4곳이 성업 중이다. 이도초등학교 정문을 따라 채 500m 간격도 없이 4개 간판이 차례로 걸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주는 "골목 하나만 들어가도 편의점이 2~3곳 더 있다"며 "전업 고민도 해봤지만 위약금 부담에 특별히 할 것도 없어 유지 중"이라고 털어놨다. 한때 창업 바로미터였던 '편의점'이 제주 유통 생태계, 특히 골목상권의 약점이 됐다.

△포화 상황 부작용 속출

한국은행제주본부가 30일 공개한 '제주지역 유통업 환경변화에 따른 영향 분석' 자료만 봐도 사정은 참담하다.

제주 도내 편의점 수는 2009년 250개에서 2017년 955개로 3.8배 늘었다. 도내 유통업 내 비중도 2014년 4.4%에서 지난해 6.6%로 증가했다. 전국 평균은 3.9%다. 인구밀도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과밀·과잉상태로 풀이된다.

제주지역 편의점 실질포화지수는 194.0(2017년 기준, 전국평균 100)으로 전국 16개 시도 중 1위다. 전체 도소매업 실질포화지수가 114.3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편의점은 이미 임계치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됐다.

 

편의점 급증에 따른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2017년 제주지역 편의점의 업체당 유통이익 증가율은 전년 대비 18.3% 감소했다. 접근성이 높은데 반해 점포가 많다 보니 점포당 객단가는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관광객 이용이 많은 관광지나 관광숙박시설 인근 편의점이 전국 상위권 수준의 매출을 올린데 반해 매출 부진을 겪은 편의점도 상존했다. 편의점 폐업 증가율(2017년 대비 2018년 1~8월 증가율)도 92%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40%)의 갑절이 넘을 만큼 부침이 심했다.

△유통업 환경 '부정적'

편의점 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지역 유통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제주 지역 유통업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16년 11.0%에서 2017년 1.5%로 급락했다. 

가뜩이나 유통업 경쟁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편의점이 발목을 잡은 형국이다.

제주지역 업체당 소매업 유통이익 증가율 자료를 보면 1·2인가구 증가와 고령화 추세, 접근성·편리성 등의 이유로 성장한 중형 슈퍼마켓의 매출기여도가 94.1%인데 반해 편의점은 -34.7%였다. 

편의점 포화를 구조적으로 막을 장치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우려됐다. '편의점 출점 제한 자율 규약' 준수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강제하기는 어렵다. 타 업종에 비해 진입이 쉬운데다 창·폐업 반복에 따른 피로감, 경제적 부담 가중이 반복되는 상황 역시 걱정을 샀다.

한은 제주본부 관계자는 "면세점 매출이 전체 소매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5%에 불과하지만 지수변동률 기여율은 80%대에 이른다"며 "면세점을 제외할 경우 소매판매액 지수가 크게 축소될 만큼 상권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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