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논설위원

요즘 일본의 경제보복, 러시아의 영공 침해, 남한을 겨냥한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 등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뿐만 아니라 제2공항 입지선정의 절차적 정당성, 비자림길 확장과 주변 환경의 충돌, 각종 개발사업의 타당성 등 제주의 현안도 혼란스럽다.

우리가 살고있는 지구촌은 4차산업 혁명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대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 무한경쟁에 돌입한 글로벌 환경에서는 예측했거나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최적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온 힘을 쏟아야만 비로소 생존할 수 있다.

특히 경제영역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은 필연적으로 경쟁을 통해 지속적 성장을 추구해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이윤추구라는 목표에 집중하여 역사상 어떤 조직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100년 이상의 업력을 지닌 기업들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어이없이 무너지고 이합집산하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적응하는 것이 기업의 본능이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일지라도 기업을 유지하는데 기여하지 못하면 과감히 브랜드를 없애거나 업종 전환도 불사하는 전략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시장이 선택하지 않으면 상품 가치가 없는 것임을 빠르게 판단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과거와 같이 가능성 있는지를 여유 있게 두고 보기에는 환경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늘 시장의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경영과 마케팅을 연구하는 필자는 이슈가 되고 있는 제주의 현안들이 거론될 때마다 그 안에 들어있는 본질적인 문제, 즉 시대의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게 된다.

기업에서는 트렌드와 이에 민감한 최근의 젊은 세대들의 행동변화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자신을 사회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기업은 이러한 특성을 상품에 적용한다.

그들은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참지 않고, 스스로 정의라고 판단되는 것에 힘을 더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적인 삶이다. 일도 놀이로 만들어 즐기는 이 세대들은 SNS와 같은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감정도 재미있고 확실하게 표현한다. 그래서 젊은 세대와의 공감을 높이기 위해 제주삼다수 브랜드나 트랜드의 최전선에 있는 명품들도 이모티콘을 만들어 친근감을 얻으려 한다.

환경 적응력을 높이려는 기업의 전략적 핵심은 주로 다수의 의견에 집중해왔던 사회 각 영역에서 이제는 소수의 욕구가 존중되기 시작했음을 인지하여 기업활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개인에게는 너무도 중요하지만 드러내놓지 못했던 이슈를 공유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페이스북의 모임은 팔로워가 10만명이 넘는다. 퇴사하는 날을 어떻게 시작하고 마무리하는지, 마지막 출근일을 촬영하여 보여주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위로와 응원을 받기도 한다.

제주의 현안들은 하나같이 제주인의 삶의 질을 결정하고 제주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중요한 일 들이다. 이러한 일들의 방향을 결정함에 있어 더 많은 시간을 제주에서 살아갈 젊은 세대의 의견을 반영하고 그만큼 책임 있는 역할도 부여해야 한다. 

또한, 시간이 걸리고 많은 수고가 필요하더라도 소수의 의지 역시 존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교 경전에 나오는 '之之之中知 行行行中成'이라는 구절은 가고 가고 또 가다 보면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고 또 행하면 이루게 됨을 말하고 있다.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들어섰다고 존재를 포기하지 않듯, 세대를 아우르고 작은 의견도 새기면서 지속적으로 방법을 구하고 또 구하는 성실함이 필요한 때이다. 아무리 급해도 그 터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가치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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