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정치부장

호구는 글자 그대로 범의 아가리라는 뜻이지만 주로 바둑 용어로 널리 쓰인다. 바둑에서 얘기하는 호구란 상대편 바둑 석 점이 이미 포위하고 있는 형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속에 바둑돌을 놓으면 영락없이 먹히고 말기 때문에 그곳이 꼭 잡아먹히고 마는 범의 아가리 같다고 해서 호구(虎口)라 한 것이다. 오늘날에 와서 이 말은 상대방의 먹잇감이나 이용감이 된다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 '참을 인(忍)이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의 유래는 조선시대 유명 점쟁이인 홍계관은 점을 봐달라는 한 선비에게  집안 곳곳에 '참을 인' 자를 적어놓으라고 했다. 어느날 선비는 자신의 집에 아내와 외간남자로 보이는 사람과 함께 있자 부엌에 가서 칼을 꺼내며 '참을 인' 자를 봤고, 부엌에서 나오자 기둥에 참을 인자를 또 보게 됐다. 방에 들어가려는 순간 방문에 적힌 '참을 인' 자를 보고  망설였다. 이때 선비는 방 안에 있는 아내와 처제를 보면서 뉘우쳤다는 것에서 유래된다.

하지만 현대 이 속담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명 개그맨인 박명수는 '참을 인이 세 번이면 호구가 된다'고 말해 옛 속담보다 이 말에 더 공감했다. 특히 작가 유시민이 한일 위안부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할 때 박명수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더 이상 참으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일본이 지난 2일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일본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속내는 일본전검기업의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판결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보복성 조치가 다분하다. 일본이 그동안 과거사 문제와 독도를 놓고 온갖 망언과 잘못된 행동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일본정부가 잘못하면 그 때 항의하는 등 수동적으로 대응했고, 강력히 대처하지 못했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 안보와 경제문제가 심각해진다며 우리정부와 국민이 참아왔다. 한일 경제전쟁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지만 이번에도 참을 경우 국민들이 받는 상처와 상실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우리정부는 일본의 잘못에 더 이상 참지 말아야 하며, 더욱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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