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한의사 / 한의학 자문의원

제주도 아이들이라고 스트레스가 없는 것이 아니다. 다른 지역과 다를 바 없이 교육열도 치열하다. 한의원에 내원하는 아이들을 보면 부모의 교육방침이 얼마나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주로 엄마들이 아이에게 주는 과한 욕심, 우려가 아이들을 그르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애들이 교육열이 높고 공부를 잘하길 원하는 엄마는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주기 때문에 틱장애나 강박증으로 그 증상이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꼭 그런 증상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밝지 못한 아이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

혹은 너무 아이를 걱정해도 마찬가지다. 어느 엄마는 "우리 아이는 어릴 때 크게 아팠었고 수술과 약 복용을 많이 해서 애가 약하고 집중력도 떨어져요"라고 말을 한다. 그런 엄마의 생각은 은연중 아이에게 전달되기에 아이는 자신 없고 '나는 문제가 많고 약한 아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어떤 엄마는 "우리 애가 다른 건 다 괜찮은데 키가 너무 작아서 문제에요"라고 말을 한다.

엄마의 아이에 대한 걱정이 매번 표현되다 보니 아이는 '나는 키가 작아서 문제가 있는 아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아이는 키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부모라면 아이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같다. 건강하고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욕심도 내고 걱정도 한다. 문제는 그 표현이 과잉되거나 왜곡됨으로써 아이들이 밝게 성장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잘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내가 우리 아이라는 이유로 엄마의 근심 걱정을 너무 많이 아이에게 표현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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