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규 제주대학교 교수 / 논설위원

우리 제주도는 2010년도에 접어들면서 방문 관광객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사드' 배치 이후에 중국 관광객이 줄었지만, 제주도는 국내외 1000만 관광객이 찾는 국내 최고의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많은 관광객은 지역경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반대로 부정적인 측면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주도는 면적이 1849㎡정도로 서울의 3배에 가까운 큰 섬이지만, 한라산과 지리적인 요소로 인해 대략 100만명 정도의 인구에 적합한 정도이다. 이런 점에서  한해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소화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특히 섬이라는 지리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타 지역과 연계를 전적으로 항공기에 의존하기 때문에, 제주공항의 포화문제는 관광객은 물론이고, 지역주민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관광객의 수를 제한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제주공항의 수용한계는 당장 해결하기 힘든 일임은 분명하다. 이에 제주도에서는 공항을 새로 건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나, 이 문제 역시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으로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제주공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공항들의 최대 고민 역시 늘어나는 여행객 처리라고 한다. 대부분 주요 공항은 여행객의 증가로 항공권 발급 및 보안검사와 출입국 심사, 짐을 부치는 시간 등이 1시간 이상 걸린다. 이에 각국 공항들은 이를 줄이려고 정보기술(IT) 업계와 협의해 '원 아이디'(one ID)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원 아이디란 지문, 얼굴, 정맥 등 생체 정보를 이용해 항공권 발급부터 보안 검색, 출입국 심사 및 수화물 처리까지 한 번에 끝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매번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번거롭게 여권과 항공권을 꺼낼 필요가 없어 공항 이용이 편해지고 수속 시간도 크게 단축된다. 또 여행객의 여유 시간이 늘어나 면세점 수입도 증가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여행객이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 탑승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60분 이내로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같은 이유로 올해 중반 서울에서 열린 제75회 연차총회에서 원 아이디 사업을 서두르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항에서는 아직 이런 움직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똑똑한 공항 만들기의 일환으로 '스마트 패스'라는 이름의 원 아이디 계획을 지난해 6월에 발표했다. 당시 공사 측은 2019년 초부터 스마트 패스 시범사업을 시작해 2020년에 본격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인천공항은 스마트 패스 시범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 법무부와 인천공항,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스마트 패스 시범 사업이 내년 하반기 이후로 늦춰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스마트 패스 시범 사업은 관련 법 개정과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필요해 내년 하반기나 내년 말쯤 할 것"이라며 "본격 시행은 2021년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원아이디 사업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법 개정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경찰청이 보유한 생체 정보를 공항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 주체를 항공보안법에 규정해야 하는 것이다. 제주도에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이기 때문에 지금의 제주공항 포화문제를 해결하는데 당장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이러한 때에 법률적인 측면에서 타 지역에 비해 유리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이점을 살려 제주도에 우선적으로 '스마트패스'를 도입하면 현재의 공항포화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ICT기술이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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