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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대목 분위기 물씬 12일 제주시민속오일시장
혼잡 피한 이른 추석 준비 등 발길 분주 "얼굴 봐서 반갑다"
여름 폭염·비에 경기 바닥…상품 확보·소비 둔화에 고민 커

"오랜만이우다. 다들 건강하시지예"

제13호 태풍 링링이 지나간 직후인 8일 서둘러 선 제주시민속오일시장에는 명절 전 분위기가 물씬했다. 예상과 달리 점포들도 대부분 문을 열었고 이른 추석 장을 보는 발길도 분주했다. 이른바 '단골'기운에 상인도, 소비자도 화색이 돌았다.

추석 연휴를 피해 일찍 귀향한 아들 내외와 장을 찾았다는 김선자씨(74·제주시 삼도2동)는 "아이들이 대형마트에 가자고 했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단골을 소개해 줄 기회가 없다 싶었다"며 "두고두고 기억날 것"이라며 며느리 손을 꼭 잡았다.

30년 넘게 과일 점포를 운영 중이라는 A씨(65)는 "명절이면 꼭 시장을 찾는 단골손님이 있다"며 "얼굴만 봐도 반갑다.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으니 더 고마운 마음"이라고 흥정을 서둘렀다.

여름 힘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제법 사람 구경이 가능한 오늘이 '명절'이다.

전통시장은 지난해 여름에 이어 올 여름도 폭염으로 힘들었다. 견딜 만 하다 싶으면 비가 왔다. 관광객 늘었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야시장 정도가 아니면 평년 여름 벌이에 그쳤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경기조사에 따르면 7월 42.2까지 밀렸던 제주전통시장 체감경기BSI는 8월 57.6으로 15.4포인트 상승했다. 기준(=100)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전망경기BSI(87.0)와도 29.4포인트나 벌어졌다. 가게 문을 여는 것만큼 손해도 늘어나면서 예년 없던 휴가 점포도 나왔다. 추석 대목을 낀 9월 전망BSI도 91.3으로 100을 넘었던 지난해와는 차이가 났다.

시장 표정은 그래서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가을 태풍에 서둘러 준비한 상품에 행여 문제가 생길까 조마조마한 마음에, 태풍 여파로 추석 대목인 다음 장을 제대로 열 수 있을지 하는 걱정까지 겹쳤다. 주문 장부도 평년 절반 수준밖에 채우지 못했다.

설에 비해 추석을 간소화하는 분위기에 최근 경기 둔화 사정까지 보태지며 장바구니도 예년에 비해 가뿐해졌다.

수산물을 취급하는 박성호씨(59)는 "예년 같으면 배달 주문이 밀려 주변에 사람을 구하느라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며 "좀 덜해도 좋으니 매일 '오늘만 같아라'하는 마음"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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