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구호만 요란한 특구 지정

제주도와 행정시가 잇따라 특구에 손을 대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 정부로부터 지정받은 특구도 실적을 내지 못하는 데다 철저한 준비 없이 새로 특구 지정을 추진,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다. 특구 지정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실효를 분석한 중·장기 활성화 사업 등 체계적인 계획 마련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구지정 목적은
특구는 말 그대로 경제, 교육, 관광 등 시설 개발을 위해 정부로부터 지정, 승인받아 '특별히 설치한 구역'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정부로부터 지정받는 특구는 '지역특구'와 '규제자유특구'로 구분된다.

'지역특구'는 정부가 '특례'를 부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주목적으로 추진하는 특구다. 

'규제자유특구'는 각종 규제 없이 혁신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는 지역으로 올해 처음 도입했다. 

현재 제주도는 '지역특구'로 말산업 특구를, 제주시는 추자도 참굴비 특구를, 서귀포시는 마라도 특구와 서귀포 휴양·예술특구 등 총 4곳을 지정받아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성적표는 '부진'
제주도가 2014년 전국 최초로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첫 지정 받은 말산업 특구는 '1호'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규모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정부가 다른 지자체 특구를 추가로 지정하면서 제주는 뒷전으로 밀려 국비와 사업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경주퇴역마의 말고기 시장격리, 비육마 판매 실적 저조 등 관련 사업 등도 부진해 '이름만 남은 특구'의 대표적인 예로 전락했다. 

중소기업벤처부로부터 2004년 지정받은 국토 최남단 마라도 청정 자연환경보호 특구도 마찬가지다.

서귀포시가 제시한 특구지정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는 2016년 10명, 2017년 23명, 지난해 4명 등으로 매년 줄고 있으며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중기부가 발표한 2017년 지역특화발전특구 운영성과 평과결과에서도 단순·반복적인 수행에 따른 장기적인 사업전략이 없다는 이유로 '부진'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서귀포 휴양·예술특구와 제주시 참굴비 특구는 헬스케어타운 조성과 가공시설, 마케팅 등 사업규모 확대를 위한 여러 관련 사업을 끼워 넣으면서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편성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효 분석 활성화 전략이 우선 
제주도는 현재 규제자유특구로 블록체인, 화장품, 전기차를, 지역특구로 광어특구를 조성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고 있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블록체인과 화장품은 정부의 규제자유특구 1차 우선협상 대상에서 제외됐고 광어특구는 중기부가 기존 특구 활성화 미흡 등을 이유로 사업 전략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애초 전기차를 주력사업으로 육성한 제주도가 쉽게 선정될 줄 알았던 전기차 특구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1차 우선협의과정에서 제외됐다. 

그나마 최근 전기충전기로 사업을 대폭 축소해 정부의 2차 우선협상 대상에 선정됐지만, 심의위원회 심의와 특구위 심의 등 최종 지정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특구 지정에 급급하기보다 지역균형발전과 더불어 중·장기 활성화 전략 등 신중한 계획 수립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은지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