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을생 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장

바람 타는 섬 제주, 8월의 제주는 온 섬이 금빛 선율의 바람으로 가득합니다.
24년 전 제주 토박이 관악인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제주국제관악제, 제주국제관악콩쿠르는 이제 전 세계인들이 참가하고 싶어 하는 전문공연예술축제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우리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문화콘텐츠에 대한 자원의 발굴이나 활용이 없다시피 한 시기에 '바람'이라는 무형의 자원을 유형의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낸 위대한 작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나름 많은 어려운 과정이 있었으나 한해도 거르지 않고 지속시켜온 제주국제관악제는 올해 24회의 축제를 치렀습니다. 25여개국 4200여명의 음악인들이 관악연주와 콩쿠르에 참가했고, 동행한 가족을 합치면 4500여명이 제주 섬 곳곳에서 훌륭한 연주는 물론 청정자연의 고귀함과 함께 독특한 제주문화의 향기에 흠뻑 취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제주의 다양한 문화자원의 가치를 프로그램에 담고자 하는 노력을 했습니다. 제주컨벤션센터에 1700여석의 특설 무대를 마련해 제주를 품은 관악 창작곡을 비롯해 3명의 협연자를 비롯한 전문합창단들이 함께한 무대는 비록 저 혼자만의 감동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주 연주를 맡은 제주도립서귀포관악단은 우리나라 유일의 공립관악단으로서 그 위상이 대단함을 도민들께서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개막의 나팔소리를 시작으로 9일간 온 섬이 지붕 없는 공연장이 돼 바람의 울림은 평화의 울림이 되고, 생명의 울림으로 희망을 노래했습니다. 축제기간에 연이어 발생한 태풍도 도민 여러분의 간절한 염원으로 우리 제주를 비껴가면서 예정됐던 모든 프로그램을 소화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도민여러분께 마음으로부터 고마운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콩쿠르 역시 역대 최고의 참가와 함께 연주력 또한 많은 향상을 가져왔다고 심사위원이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제주국제관악콩쿠르 역사 처음으로 제주의 미래 음악인들이 금관 5중주 2개 팀을 비롯한 개인 부분에도 도전을 해 참으로 가슴 뿌듯했습니다.

한편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축복을 받으며 진행된 거리퍼레이드는 해녀 삼촌들의 흥겨운 가락과 함께 외국에서 참가한 출연진들과 어우러진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이어진 경축음악회는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란 테마를 갖고 관악이 갖고 있는 전문성과 대중성을 최대한 살린 프로그램으로써 제주, 한국, 스페인, 벨기에, 프랑스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연합관악단과 350여명으로 구성된 도민합창단과 함께 연주된 한국환상곡은 탑동 야외공연장 객석을 빼곡히 메운 관객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을 만큼 감동의 무대였습니다.

바닷가 인근에서, 동굴 밖 야외에서, 어느 관광지 나무 숲 그늘에서, 고산, 대평, 도두, 성산 해녀 삼촌들과 융합한 프로그램은 오히려 외국에서 방문한 손님들에게는 정말 흥미로운 문화상품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관악의 정체성을 잘 유지하면서 제주의 다양한 문화자원과 여타 다른 장르와 융합한 또 다른 문화상품의 개발과 함께 지금까지 창작한 창작곡들의 지적재산권 보호와 활용을 통한 음악 산업의 기반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내년이면 제주국제관악제와 제주국제관악콩쿠르는 사반세기를 맞습니다. 
그동안 제주국제관악제가 걸어온 역사와 자료, 여러 스토리를 담은 출간 작업과 함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사반세기 축제준비위원회를 확대해 다시 100년을 준비하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콩쿠르에 최고상을 받은 어느 음악인이 소감으로 밝힌 이야기 중에 제주국제관악콩쿠르에 참가한 이유 중 첫 번째가 제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장소적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이제 제주는 문화적 창조력은 물론 그것을 실현하는 '문화예술의 섬'임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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