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원학 제주생태교육연구소 소장·논설위원

지난 23일 뉴욕에서 세계 150여 개국 정상들이 참가한 가운데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UN Climate action summit 2019)가 개최됐다. 2030년까지 세계평균 기온상승을 2도 이하로 제한하고 2010년 대비 세계탄소배출량의 45%를 감축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인 지구 평균 기온상승 2도를 넘지 않으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45년에 2010년 대비 절반 정도로 감소하고 2075년에는 순 제로(net zero)에 도달해야 한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을 1.5도로 막아야 하며, 2도 상승하면 대재앙에 직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IPCC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1.5도 상승까지 12년 정도가 남았으며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45% 줄여야 하고 2050년까지 순 제로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제주는 어떠한가. 용머리해안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가감없이 말해주고 있다. 용머리해안 탐방로는 해안의 비경을 관광객들이 쉽게 느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만들어진 산책로로, 1987년 공사비 2억원을 들여 자연 그대로의 바윗길에 너무 낮은 곳은 시멘트를 쌓아 높이고, 위험한 곳은 돌계단을 놓거나 다리를 잇는 공사를 통해 조성됐다. 용머리해안에 탐방로가 만들어진 때에는 물에 잠기는 일이 거의 없었으나, 23년이 지난 2010년의 용머리 해안은 바닷물에 잠기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바닷물에 잠기고 있으며, 만조 시에는 조금, 사리에 상관없이 바닷물에 잠기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대학교에서 제출한 '기후변화 영향평가 및 적응모델 개발(2010년)' 중간보고서에 의하면, 제주도 연안의 해수면은 지난 38년간(1970년~2007년) 총 22.8㎝가 상승했다. 이렇게 제주지역 해수면 상승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대만 난류가 흘러드는 동중국해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에는 쿠로시오 해역이 우리나라 해수면 및 온도 상승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수심이 낮고 대만 난류가 흘러드는 동중국해 해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다. 

결국 제주도는 동중국해에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해수면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이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도 10년이 지나고 있으나 기후변화에 대한 도민들의 인식은 아직도 낮은 단계라 여겨진다.

그 이유는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불편한 진실이며 그것을 뛰어넘는 행동의 부재에 있다고 본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에 대한 사실을 알면서도, 또한 이해를 하면서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마음먹으면서도 선뜻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희망찬 소식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의 청년들이 기후 행동에 앞장서고 있다.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 명칭에 '행동(action)'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은 기후변화가 재앙이 되기까지 10여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해 말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닥쳐올 환경재앙을 겪어야 할 청년들이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를 규탄하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

기후행동가인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 For Future)이라는 기후 행동은 많은 청소년의 목소리를 높여주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제주 용머리해안에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