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논설위원실장

2017년 8월 대중교통체계 개편이 이뤄진 이후 버스 이용률이 높아지고 교통환경이 개선됐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과도한 재정 부담과 버스운송업체의 도덕적 해이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에 따라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대중교통체계 개편 운영실태 성과감사'를 보면 제주도가 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위해 얼마나 무기력하게 버스업체에 끌려다녔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도감사위에 따르면 2018년 버스 이용객이 6245만명으로 1996년(7070만명) 이후 최고를 기록하고 대중교통 우선차로제 시행으로 운행속도도 크게 빨라지는 등 성과가 일부 확인됐다.

하지만 제주도가 재정지원금 지급 기준이 되는 표준운송원가를 부당하게 높여줘 지방재정에 엄청난 손실을 끼쳤는가 하면 앞으로도 두고두고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재정지원금은 버스운송업체의 총수입금이 표준운송원가(운송비용)에 못미치는 경우 그 차액을 도가 일괄 지급한다. 결국 표준운송원가가 얼마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재정지원금 규모가 달라지는 방식이다. 

그런데 제주도는 용역 수행기관이 제시한 표준운송원가에다 업체와의 협의과정에서 8만5000여원을 늘린 다음 교통위원회 심의를 받아 확정했다. 여기에다 운전원 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로 다시 2만4000여원을 증액, 53만2385원으로 조정하면서 교통위원회 심의도 없이 확정했다.


특히 제주도는 교통 불편지역에 대한 노선 연장·신설 등을 들어 교통위원회 심의도 받지 않고 2017년에 버스 60대·운전원 183명, 2018년에 버스 16대·운전직 48명을 각각 늘렸다. 이 때문에 당초 74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 재정지원금이 2017년 869억원으로 126억원이, 2018년 963억원으로 220억원이 각각 늘어났다.

도감사위는 재정지원금이 매년 70억∼80억원씩 증가, 5년 후인 2023년에는 1323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인력이나 급여가 매년 늘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면 버스준공영제가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는 걱정이 결코 기우가 아님을 방증하고 있다.

여기에다 임원·관리직·정비직 인건비 항목 간에 전용제한 규정이 없어 어느 업체는 90세의 대표이사 모친에게 이사회장 직책으로 월 884만원씩, 또다른 업체는 대표이사 모친에게 이사 자격으로 월 750만원씩 각각 지급한 사실이 밝혀져 지탄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제주도가 2017년 5월 버스업체 측과 체결한 '버스 준공영제 이행 협약'을 보면 기가 찬다. 당초 협약서(안)에 있던 '버스운송사업자가 결행 등 비정상 운행 시 운송원가를 삭감한다', '버스업체 노사간 단체협상은 도지사가 재정 부담을 감안해 제시한 권고의견을 고려해 성실히 교섭·합의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업체 측 요구로 삭제됐다. 또 업체 측 이해관계에 따라 '협의'가 '합의'로, '합의'가 '협의'로 둔갑하는 등 제주도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변경됐다.

이 때문에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제주도는 이달 초 외부회계감사 의무화와 재정지원금 부당수급이나 운송수입금 누락 시 환수 조항 등을 담은 '제주도 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럼에도 경영합리화를 통해 재정지원금 감축을 유도하려는 내용이 미흡, 버스운송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도민들의 인식 개선도 절실하다. 도감사위가 밝힌 준공영제 시행 시도별 버스운송업체 운송수지 명세(2018년 가결산 기준)에 따르면 제주도의 총 운송비용 대비 총 운송수입금 비중은 33.8%로 서울 80.6%, 부산 72.0%, 인천 72.0%, 대전 70.9%, 광주 67.5%에 비해 엄청 낮다. 
버스를 많이 이용할수록 재정지원금이 줄어드는 버스 준공영제의 특성을 도민들이 얼마나 잘 납득하고 실천하느냐가 버스 준공영제 성공의 관건이라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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