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이학박사 전 동국대교수겸 학장

올해 여름에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한국에서 열렸다. 세계에 이목(耳目)을 집중시키는 국제행사이므로 국내에 한정되지 않고 세계와 인류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당연했다. 그만큼이나 행사를 주관하는 나라로서 자부심과 함께 명예를 '세계만방(世界萬邦)'에 알리는 기회가 됐으므로 철저한 준비를 통해서 '만전(萬全)'을 기하는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대회가 개막하던 첫날부터 문제가 발생하면서 주최국 명예가 손상되기 시작했다. 그것마저 국가를 상징하는 랜드 마크(land mark)에 있었으므로, 무엇보다 응원을 위해 현장으로 달려갔던 국민은 실망과 더불어 어안이 벙벙해졌다. 

지금까지 국제대회에서 흔하게 사용해온 '코리아(Korea)'라는 국호마저 유니폼에 부착하지 않은 대신 '접착(接着)테이프로 가려진 추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행사를 앞두고 철저한 준비와 점검을 거쳤다면 이런 실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상황은 그렇지를 못하고 '접착제로 가려진 누더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므로 '주최국의 불명예로 이어질 것'은 당연했다. 여기에다 수구(水球) 종목에서 '헝가리에 64 : 0으로 완패'하는 한편, 전체종목을 통해서 동메달 하나를 얻어내는데 그쳤으므로, 준비소홀과 내실없는 행사로 비판받게 됐다. 

이처럼 국가별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현장에서 불명예를 낳게 했다면, 나라는 물론 국민의 몫으로 확산될 것은 당연하다. 국가공동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한정된 영토에서 살아가며 국적(國籍)을 같이하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지방통치를 위해 분할된 시군지역(districts)에서도, 범위가 축소되었을 뿐 지역(地域)에 근거한 운명공동체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지역자치구인 제주도에는 최근 '고(高)모씨와 관련사건'이 연일 뉴스를 타면서 해당문중과 제주도에 걸친 불명예를 안기고 있다. 지연(地緣)에 근거한 공동운명체에서 국가와 유사한 모습이다. 고씨는 '삼성으로 표현'해온 제주도 토박이 성씨(姓氏)이고, 그런데서 전국유일의 문중(門中)으로 위상을 확고하게 굳혀왔다. 이것이 상징적이면서 명예로운 모습이다.

문중(門中) 후손들은 그동안 역경을 극복하면서, 고득종과 같이 조선시대에 한성부윤에 오른 역사를 이뤄왔다. 현대에 이르러 고광림 집안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미국에서 외교관 신분을 유지하며 명문대 박사학위를 12개나 배출시킴으로써 국제명문가를 탄생시켰다. 역사에 남는 이런 인재들을 배출했기에 근원지로 알려진 삼성혈과 삼성사에는 성(聖)자를 앞세우며 선조의 업적을 찬양하기에 이르렀고 씨족과 더불어 지역사회의 자부심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현존세대로서 선대(先代)에서 쌓아온 자랑스러운 업적을 계승하고 발전하는데 정성을 쏟으며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실제상황은 사건을 일으킨 '고(高)모씨'처럼 잔악한 모습을 보였다면 인면수심(人面獸心)과 마찬가지다. 형체만이 사람일 뿐, 속마음에서 짐승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 가치는 아름다운 외형보다 내면에 담겨진 선심(善心)에 맞추며, 높게 평가해왔다. 

이것이 성선설(性善說)을 강조하게 된 근거고 예전부터 우리나라는 여기에 가치를 두면서 장려해왔다. 반대의 성악설(性惡說)에 근거하더라도 교육을 통한 개선방안을 제시하며 가능성을 예시해 왔으므로, 오히려 적극적 대응방법이 돼왔다. 

하지만 당사자는 고등교육까지 받아온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비인간적 경지'에 머물러 왔으므로 구제불능상태와 마찬가지다. 

이제 '혈연, 지연, 학연에 걸친 불명예'를 교훈으로 삼는 한편 '어진 사람에게 적이 없다'는 인자무적(仁者無敵)의 글귀를 떠올리면서 실천해나갈 때인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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