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서 극조생 감귤을 재배하는 김순금씨는 최근 잇따른 태풍과 집중호우로 감귤이 썩는 피해를 입어 사실상 감귤 전량을 폐기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농작물재해보험은 썩음 현상은 면책 사유인 병해충이란 이유로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통보해 농작물재해보험이 '그림의 떡'으로 전락했다.

비 피해로 감귤 썩어 전량 폐기…1년 농사 망쳤는데 보험금 받지 못해
보험사 "원인 상관없이 썩은 것은 병"…병해충 피해 면책 이유로 거절

가을 하늘이 한껏 높아지면서 수확을 기쁨을 만끽해야 하는 감귤 농가가 잦은 태풍과 집중호우에 이어 정부(50%)와 제주도(35%)가 보험료의 85%를 지원하는 농작물재해보험 때문에 울고 있다.

16일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극조생 감귤원에서 김순금씨가 나무에서 썩은 채 바짝 말라가는 감귤을 따내기 위해 연신 나무를 흔들고 있다.

나무를 흔들자 노란 감귤이 낙엽처럼 힘없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김씨는 "수확이 아니라 썩은 감귤을 따내기 위해 인건비를 들여야 하는 상황이 야속하지만 감귤 나무라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며 썩은 감귤에 가위를 갖다 댔다.

김씨 감귤원은 나무에 달린 노란 감귤이 없어 겉으로는 영락없이 수확을 마친 과수원이지만 나무 사이를 들여다보면 노란색에서 갈색빛으로 변해가는 섞은 감귤만 수북하다.

김씨는 그나마 성한 감귤을 골라 수확해 보지만 나무 하나당 몇 개 건지기가 어렵다.

김씨는 "이번에 피해를 본 1만1500㎡ 규모의 극조생 감귤원에서 평균 4만5000㎏ 이상을 수확했지만 올해는 잦은 태풍과 집중호우로 수확량이 7500㎏도 되지 않을 것 같다"며 한숨을 쉈다.

지난달 사흘에 한 번꼴로 비가 내린데다 기상청이 근대 기상업무를 시작한 1904년 이후 처음으로 태풍 3개가 영향을 미치면서 김씨 감귤원도 피해를 입은 것이다.

자연재해로 인한 손해를 줄이기 위해 가입했던 농작물재해보험도 김씨에게는 '그림의 떡'이 됐다.

김순금씨는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 직원들이 과수원에 와서 감귤나무를 살피고, 조사하면서 상처난 감귤, 대과·소과, 썩은 감귤을 구분했다"며 "그러더니 보험사 직원이 썩은 감귤은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씨는 "집중호우로 감귤원이 침수됐고, 물이 빠지자마자 섞음 현상을 예방하는 약제를 살포했지만 며칠 사이에 감귤이 전부 썩었다"며 "농약이며 비료 값은 고사하고 1년 농사를 망쳤는데 이럴 때를 대비해 가입한 농작물재해보험도 소용이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제주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극조생 감귤의 경우 비 날씨가 이어지면 껍질이 과육에서 떨어져 공간이 생기는 부피과가 발생하고, 이후에도 비가 지속되면 썩는다"며 "감귤 썩음 현상은 병해지만 올해의 경우 기록적인 태풍과 집중호우를 섞음 현상의 원인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NH농협손해보험 제주총국 관계자는 "감귤의 경우 상처과나 일소피해, 냉해 등을 보상하고 있다"며 "집중호우든 태풍이든 원인에 상관없이 감귤이 썩은 것은 병해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면책 사유인 병해충 피해에 해당해 보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주형 기자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서 극조생 감귤을 재배하는 김순금씨는 최근 잇따른 태풍과 집중호우로 감귤이 썩는 피해를 입어 사실상 감귤 전량을 폐기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농작물재해보험은 썩음 현상은 면책 사유인 병해충이란 이유로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통보해 농작물재해보험이 '그림의 떡'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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