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찬 서예가·시인·논설위원

올해는 세종대왕이 탄생한지 622돌이 되는 해이며, 세종대왕이 임금님 자리에 오른지 601돌이 되는 해이고,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어 반포한지 573돌이 되는 해이다.

그 후 482년이 지난 1928년 주시경 선생이 활발히 한글사랑운동을 펼치던 시절 10월 9일을 한글날로 지정해 기념식을 가질 때 '한글'이라는 이름이 시작돼 우리가 지금 편하게 쓰고 있으면서도 혹시 한글의 고마움을 잊지는 않았는지 되새겨 보게 한다.

그 짧은 역사 속에서도 1770년대 영·정조 문화부흥시기에 한글의 서체가 궁체중심으로 자리매김하는 듯 멋있고 예쁜 문자로 발전해온 자산은 현재 우리에게 큰 선물이 된다. 이렇게 아름답고 훌륭하게 발전해온 한글이 왜정시대를 만나면서 말살의 위기를 당하게 되었을 때 외솔 최현배 선생 등이 목숨을 내걸고 한글지킴이 역할을 해왔기에 우리는 행복한 한글시대를 만끽하고 있다. 

한자는 상형문자로 5000여년 동안 발전해 왔음에 비하여, 한글은 짧은 기간에 전서형 도안체에서 바로 궁체로 발전했으니 그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게 완성됐다. 

어렸을 적부터 한글날 노래를 부를 때마다 그 노랫말 문장에서 외솔 최현배 선생의 가르침을 배우며 한글사랑의 마음이 싹트기 시작한 이래 우리말 글쓰기를 즐기던 일이 한글을 아름답게 쓰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어져 한글서예에 빠져들게 됐다, 한글서예를 좋아하다 보니 우리 마음을 감동케 하는 옛 선배들이 남긴 금싸라기 같은 시조쓰기와 우리 생활에서의 아름다움과 감격스러움을 노래한 현대 시문 쓰기, 그리고 제주사람들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수많은 노동요를 비롯해 제주말씨 쓰기까지 한글을 아름다운 문자가 되도록 다듬는 일에 땀을 흘렸다. 

한글서예사랑모임 회원들도 제주말 작품을 쓰다 보니 제주도를 온 누리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서 2008년 '제주풍광 한글서예 중국전'을 시작으로 제주 알리기 10개년 계획을 세우고 '한글은 힘이다'와 '제주말씨 우리글 서예전' 등 중국 절강성과 길림성, 일본 도쿄와 오사카, 인도 뉴델리, 러시아 모스크바대학, 미국 엘에이와 하와이에까지 찾아다니며 제주 특유의 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힘썼다.

지난해 6월 15일에는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전시실에서 제주어 서예작품으로 '세종성왕과 제주어 만남 전'을 열면서 최홍식 회장님의 '훈민정음 제자해' 특강과 제주 고재환 교수님의'제주어 하늘아<·>와 <‥>의 재조명' 특강을 감명 깊게 들었으며, 지난 8월 17일에는 서울, 광주, 제주, 북한, 일본 서예가들이 한글서예작품으로 일본 동경도미술관에서 한글서예 큰 잔치를 열어 일본 땅에서 한글의 자랑스러움과 제주서예가들의 모습도 널리 자랑했다.

여기에서 중요하게 느낀 점은 우리글 하늘아(·)가 제주말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글자이며, 우리 한글쓰기에서도 꼭 있어야 할 소리 값이 있기에 버려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가 있는 글자임을 새삼 깨달았다. 

지난 9일 한글날에 제주문예회관 일대에서는 '한글문화 큰 잔치' 행사가 다채롭고 성대하게 펼쳐졌다. 전국에서 초청된 한글서예 중견작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들이 보여주는 훌륭한 전시회가 시선을 끌었는가 하면, '한글사랑서예대전'에 전국에서 출품된 다양한 공모 작품들도 접수돼 이를 보는 제주작가들의 눈높이를 향상할 수 있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교육적 차원에서 제주어를 보전하도록 하는 '제주말씨학생서예대전'이 신선하게 진행됐는데 출품된 작품에는 '달착지근하다'와 '들엄시민 갈암시민 알아들엉 웃음 나곡'같이 구수한 제주말씨작품도 눈에 띄었다. 

오늘도 한글날 노래 후렴 구절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라는 노랫말에 귀를 모으고자 하는 마음과 더불어 세종대왕이 만든 우수한 우리글 한글을 목숨보다도 더 아끼며 지켜 온 외솔 최현배 선생의 크나큰 가르침을 알알이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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