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미 취재1팀장·부국장

올해도 어김없었다. 인터넷이나 SNS 등에 제주 관광과 관련한 '말'만 나오면 무시무시한 댓글 수십개가 달리는 것은 기본이다. '고유정 사건' 이후에는 지역을 싸잡아 폄훼하는 언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고민이 필요한 것은 사회현상으로 살피기에는 간혹 도를 넘은, 일종의 '헤이트 스피치'로 봐야하는 부분까지 있다는 점이다. 다수의 경우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은 고사하고 해명조차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경쟁적으로 수위를 높이고 부풀려진다. 인과 관계가 드러나고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도 그 뿐이다. 유사한 사안이 나오면 다시 이전 내용까지 끄집어내 날을 세운다.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통일된 정의는 아직까지 없다. 현재까지는 특정 개인 또는 집단에 대해 명백한 공격적 의도를 품고 차별·모욕적 표현을 드러내 혐오·증오를 선동·조장하는 행위를 통틀어 사용하다. 서울대 인권센터에서 우리말로 '혐오 표현'이라 지칭하기는 했지만 '보호돼야할 특성을 가진 사람들'로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헤이트 스피치는 민주주의 정치에서 비교적 '효과'적으로 활용됐다. 독일 제3제국 시절 나치당의 반유대주의 선전을 통한 증오 선동 작업은 조직적 학살인 '홀로코스트'로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난민기피와 자국우선주의 정책 역시 비슷한 흐름으로 세를 모으고 있다. 과연 가능할까 싶은 일들을 현실로 만드는, 아주 오래된 방법인 셈이다.

지난해만 놓고 보더라도 제주에서 일어난 예멘 난민 사태와 20대 여성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 등이 제주관광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게스트하우스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난해 2월 제주 방문 내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1.4%, 난민 문제가 이슈가 됐던 6·7월은 각각 0.8%·5.7%, 세화포구 여성 실종 사건이 있었던 8월에는 7.5% 감소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경찰이 나서 온라인에 떠도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까지 했다.

올들어서도 4월만 1년전에 비해 26.8% 늘어나면서 기대를 부풀었던 내국인 개별 관광객은 '고유정 사건'으로 들썩인 5월 8.4%로 증가율이 둔화됐는가 하면 직후인 6월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 사이 온라인 등을 떠돌았던 제주 연관 검색어는 공포 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을 능가할 정도였다. 그로 인한 지역 내 피해가 적잖았지만 누구 하나 돌아보지 않았다.

비단 관광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적 인식이 먼저였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지난 14일 하늘 소풍을 떠난 안타까운 사연을 접했다. 아직 세상이 서툰 20대에 악성 댓글에 시달리며 대인기피증까지 겪어야 했던 '청춘'이 졌다. 대표작이나 음악 보다는 루머로 더 익숙한 이름이었다. 그렇게 많은 논란에 시달렸고 그 것이 사실인지, 그의 잘못 때문인지를 확인할 작은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했다. 손가락 살인이라는 혹자의 지적에 일부에서는 '혐오'라는 단어를 꺼냈다. '이 정도 쯤이야'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준도 아니라는 얘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6월 전 세계에 헤이트 스피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가 언급한 사안 중에는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종교 갈등에 따른 증오, 그리고 무관용이 있었다.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한 극단적 발언은 집단심리와 쉽게 연동된다. 파급력은 무형이 아닌 실제로 사회에 변화를 줄 만큼 영향력이 크다.

제주 관광 산업이 고전하고 있으니 작은 잘못 정도는 눈감아 달라고 할 생각은 없다. 적어도 제주도 사람 사는 곳이어서 하루가 멀다고 크고 작은 사건이 벌어진다. 그것이 제주여서 그렇다, 제주는 원래 그렇다 하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이제 그만해도 좋겠다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가능하면 나와 생각이 다르면 '남'으로 몰아가는 과한 관심도 접어주길 바란다. 대화와 소통은 모두가 바라는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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