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유네스코 등재 3주년 국회 정책토론회서 전문가 공감
수요자 니즈, 삶-공간 등 다원적 접근 사회문제 해결 기대
보존 중심 외 세대별 등 차별화, 왜곡 최소화 방안 주문도

생업과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 유·무형이라는 유산 관리 정책의 경계와 자산적 가치 전환에 있어 제주해녀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3주년 기념 국회 정책토론회에서는 우리나라 국가중요어업유산 1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등재라는 성과가 제주해녀 전승 보존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전통과 미래 가치를 세분화하는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서연호 위원장 "'청정 환경' 접목등 생산형 축제 기획으로 세계화해야"
고미 팀장 "해녀 대상화 경계…지속가능성 위한 세대 공감 방안 필요"
윤원근 한국 대표 "사람·삶 유산 더해 경관 등 장소지향적 접근 시도"
류정아 연구위원 "보존·콘텐츠 발굴·상품화 세분화로 체감도 높여야"
김재홍 센터장 "광의 접근 통해 전승세대 등 수요자 니즈 반영 중요"
김은실 교수 "해녀공동체 호혜적 관계·대안경제 등 정형화 탈피 모색"
이승훈 과장 "문화창의산업·해양치유 등 청년세대 접근 확대 등 검토"

제주해녀문화를 지역유산에서 자산으로 접근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지역 균형발전과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관심을 모았다.

경제 활동에 국한하지 않은 접근은 참여 기회와 성장 혜택의 공정한 분배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공감을 샀다.

주제발표를 통해 '제주 세계해녀축제'를 제안한 서연호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장은 "해녀의 삶과 전승문화를 축제의 기본에 두는 것은 당연하지만 풀어가는 데 있어서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며 "숨비소리로 상징되는 근면정신과 물질의 근원인 도전정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공동체 정신을 녹여내는 기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축제를 소비하고 즐기는데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하고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재설정할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해녀축제에 '청정·청결'이라는 제주 특성을 접목해 프로그램을 확대하면 누구나 참여하고 싶은 축제, 알고 싶은 축제로 만들 수 있다"며 "해녀만 볼 것이 아니라 해녀를 접목한 연령별·세대별 프로그램을 만들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해녀어업·문화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지역유산관리와 문화창의산업 연계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고미 제민일보 제주해녀기획팀장은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해녀문화'라고 꺼내 보여주고 있는 것이 과연 문화가 맞는지, 왜 달라지지 않는지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 팀장은 "해녀를 지역의 독창적인 문화콘텐츠라고 하면서도 정작 해녀를 대상화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왜곡되거나 변형되는 것에 대한 관리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전승세대에서 해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지 않는다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현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유산 관리 정책의 전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해녀문화'와 '해녀정책'에 대한 생각과 조언으로 점철됐다.

윤원근 한중일농업유산협의회 한국대표는 "어업유산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국가적 관심이 농업 유산에 못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제주해녀어업은 사람을 중심으로 생업과 경관·생활관 등이 융·복합된 독창적 유산으로 접근하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사람과 삶이 있기 위해서는 장소지향적 발전 전략이 중요하다"며 "난개발 등 제주가 안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가 역시 해녀어업 관리에 있어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지했다.

류정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주는 자기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정체성을 보여주는 데 있어 타 지역에 비해 탁월한 편이지만 어디까지나 도민 중심적으로 접근한다"며 "그렇다고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다면 고유 속성 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하는 등 촘촘하면서도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제주해녀의 원형과 콘텐츠 발굴, 상품화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야지 한꺼번에 하려다 보니 정책 체감도도 떨어지고 사업효과도 늦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전국·세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재홍 한국문화유산연구센터장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활용방안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김 센터장은 "유산이라고 해서 보존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보다 광의의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에 문화유산이 있어 좋기는 하지만 불편하다기 보다 수요자 니즈를 반영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으로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 속초 지역 농요 전승프로그램을 예로 제시한 김 센터장은 "'옛사람들이 농삿일을 하며 부르던 노래'가 아니라 농촌 생활을 풀어낸 요즘 기준으로는 '랩'이라고 하면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한다. 해녀 문화도 세대별 공감 장치를 활용할 때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은실 이화여대 교수는 "제주해녀문화를 제대로 전승·보존하기 위해서는 해녀의 일과 삶을 과거의 유산이 아니나 '살아있는 일'로 만들어야 한다"며 해녀문화에 대한 개념을 새로 정립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해녀하면 억척스런 여성으로, 또 물소중이를 입은 모습으로 정형화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보다 풍성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며 "해녀 공동체의 호혜적 관계나 대안경제 구조는 세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우리가 먼저 인정하고 키우지 않으면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토론에 참여한 이승훈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문화유산과장은 "해녀문화에 대한 접근이 치우치고 킬러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문화창의산업 영역을 접목해 일자리 창출이나 청년세대의 접근을 확대하고 해양치유나 교육 프로그램 접목 등에 있어 고민하겠다"고 정리했다. 

"제주해녀문화 가치 기반 주도적 역할 기대"

제주지역 국회의원들도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제주해녀어업·문화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강창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갑)은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전승·보전할 것이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 지속적으로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라며 "'해녀문화'는 '제주문화유산'정책의 모델로 보다 촘촘한 접근과 다각적 활용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서귀포)은 "해녀어업·문화를 지역 유산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제주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과 밀접하다"며 "제주해녀어업·문화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지역 주도로 찾아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특별 수행 일정으로 자리를 함께하지 못한 오영훈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해녀양성과 보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의 효과가 아니 미미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공동체 문화의 상징으로 발전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며 "제주해녀문화를 지역 담론으로 키우고 이를 지역 발전과 연결할 수 있는 정책 발굴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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