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취재2팀 부장 대우

1980년대부터 약 40년 동안 그 효력이 인정된 종이증권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종이로 발행된 실물 증권이 없어도 유통과 권리 행사가 가능한 전자증권제도가 지난 9월 16일부터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이문서가 전자문서로 대체되는 '페이퍼리스(Paperless)'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일상에서도 종이로 채워졌던 부분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종이 없는 사회를 지칭하는 '페이퍼리스'는 초기엔 서류 결제 업무가 많은 사무직에서 주로 시행됐다.

전자 서명을 통해 종이를 아껴보자는 일종의 환경보호 운동 성격이 강했는데, 전자 통신 기기가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지금은 여러 분야에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에서 발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국내 대형 유통사들은 종이 영수증을 없애고 전자 영수증 발급을 활성화하고 있다.  금융권도 몇 년전부터 페이퍼리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젠 은행 상담창구에 태블릿PC를 설치해 고객이 종이서류가 아닌 디지털 서식을 통해 예금이나 대출 업무를 보는 것도 낯선 풍경이 아니다. 계좌를 새로 만들때도 종이 통장을 발급해 주기보다 모바일을 이용한 무통장 계좌 개설을 추천해주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페이퍼리스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는 종이 사용을 줄임으로써 환경을 보호할 수 있고, 종이를 생산하고 폐기하고 관리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위기를 맞은 분야도 있다. 전국의 서점은 10년만에 30% 넘게 줄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로 손편지를 주고받는 문화가 사라지다 보니 덩달아 우체통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스마트폰 같은 정보화 기기에 능숙하지 않은 중장년층과 디지털 소외 계층은 이런 갑작스런 변화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페이퍼리스 시대라고 해도 종이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낸 정보를 종이로 인쇄하는 양이 적지 않고 종이의 새로운 용도가 끊임없이 창출되고 있다. 얇으면서 가볍고 적당히 질기면서 오래가는 종이. 종이가 그토록 오랫동안 인류의 사랑을 받아온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