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범 한국소방안전원 제주지부장

국민의 안전을 위해, 화재예방·대응 및 구조·구급 등을 위해 불철주야 현장에서 바쁘게 활동하는 소방공무원과 소방안전문화 확산과 정착을 위해 소방공무원 활동을 보조하면서 지역 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의용소방대원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영웅이다. 

소방공무원의 안전이 보장돼야 국민의 안전을 사수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서 올해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 모두가 소방공무원 근무환경개선 및 처우개선, 소방장비 첨단화 등 조직발전에 방향을 둔 질의가 많았던 것 같다. 

대형 화재 및 재난 발생시 소방공무원에게 일방적인 헌신을 요구하기보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반드시 선행돼야 함을 전 국민은 알게 됐다.

업무의 특성상 화재현장 대응과 복잡한 인명 구조·구급 활동, 화재예방을 위한 건축물 인허가와 특별화재조사 등 책임감을 느끼고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소방공무원이 폭언과 폭행, 재난현장에서의 사고 등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올해도 국회 행안위의 국감자료에 의하면, 제주에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소방공무원 인권 침해 사례가 25건이 접수됐고, 올해도 5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소방공무원에 대한 인권침해는 폭행뿐만 아니라 성폭행과 성희롱 사례까지 있었다. 또 지난해 소방공무원 722명이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결과 67.5%(487명)가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건강이상자 487명 중 질병소견을 보인 경우 187명, 질병으로 진전될 우려가 있는 경우는 300명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전국 소방공무원들의 건강이상자 비율보다도 높은 수치라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한편,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해 시급히 치료받아야 하는 전국 소방공무원이 올해 상반기에만 작년대비 785명 증가, 우울증은 2017년 대비 지난해 277명 증가했고, 특히 음주습관장애는 올해 상반기 1882명이 증가해 증가폭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구급대원 폭행 피해 건수는 581건 나타났다. 

이러한 자료에서 보듯 소방공무원이 PTSD가 증가하고 폭행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소방공무원들이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미흡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또한, 전국적으로 소방시설 오작동으로 소방공무원이 출동한 건수가 2016년부터 2019년 6월 말까지 5만656건이다. 하루에 약 40번꼴로 소방공무원이 출동한 셈이라 한다. 이렇듯 소방시설 오작동 출동에 자주 출동하다보면 정작 필요한 곳에는 제때 출동하지 못해 대형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늘어날 수 있기에 소방공무원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건축물 관계인은 소방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소방안전관리자 강습교육 및 실무교육시 주요 소방정책에 대한 정보 및 소방시설의 구조·원리 및 관리방법 등을 실습과 이론을 병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소방시설 오작동으로 출동하는 통계가 많다는 것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는 사람으로서 반성하게 된다.

건축물 관계인은 화재예방을 위해 위험요소를 발견하면 법에서 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아낌없는 예산투자와 개선이 필요하며, 법에서 정한 사항은 철저하게 준수하고 시행하는 것만이 재산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 건축물 관계인은 책임의식을 가지고 소방공무원과 '협치'하고, 소방 전문가에게는 자문을 받아 화재예방과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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