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영 제주한라대학교 응급구조과 교수·논설위원

11월 15일 제주대에서 미래영어영문학회(제주대 통역번역대학원장 김재원 회장) 주최로 연합 학술대회가 열렸다. 영어교육, 영문학, 영어학 교수들이 함께 모인 풍성한 영어 학술 잔치였다. 제주 국제영어교육도시가 제주 경제 활성화에 기여를 하고 있고 앞으로 제주도민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영어 교육 기회의 문이 열려야 한다는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되었다. 식사를 하는 중 한 교수가 문득 질문을 던진다. "요즘 한국에서 영어 교육의 위상이 과거와 비교해서 달라졌을까요?" 요즘 AI 번역의 질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한국 학생들은 은연 중 "기계가 잘 알아서 하는데 구태여 영어를 배워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그에 대한 대답을 찾아 생각하다가 문득 필자가 이번 학기에 강의하는 4년제 호텔경영학과 소속의 네팔 외국인 유학생들의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영어 수업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이 수업을 통해 필자는 우리 외국인 학생으로부터 영어교육에 대한 세 가지 교훈을 배울수 있었다.

첫째, 우선 외국인 학생은 문법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영어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경향이 있다.  일단 주제를 주면 많은 학생이 '거침없이' 술술 영어가 나온다. 예를 들면 '인구 감소에 대한 호텔비지니스에 대한 인구 감소의 영향'에 관한 토론을 하도록 팀웍 과제를 시키자 학생들은 브레인스톰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열거하고 그 중 포인트를 잡아내서 팀원을 내보내 토론한다. 말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포인트는 제법 잘 잡았는데 말하는 내용을 영어로 적어보라고 하면 문법은 말보다 허술하다.  

둘째, 네팔 학생들의 수업 분위기에서 마치 필자가 대학 시절 영어를 배우던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 당시 필자와 함께 공부한 친구들에게 영어 배우는 것는 마치 세계 지식의 향연에 초대받은 특권을 가진 것 같은 설레임이 있었다. 졸업 후  영어를 '날개' 삼아 무역, 교육,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에 진출하여 역량을 발휘했다. 오늘 네팔 학생들에게 그 당시 학생들과 같이 꿈이 있다. 영어로 학문을 익혀 졸업 후 호텔관광업의 매니저가 되려는 꿈을 갖고 있다. 60년대 비틀즈가 네팔을 찾아가서 마음의 평화를 찾았듯이 세계 관광객들이 히말리야를 품고 행복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네팔을 찾고 있다. 오늘도 우리 네팔 학생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다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영어로 학문을 익히고 있다.    

셋째, 네팔 학생들은 팀웍 과제를 나름대로 협동하며 풀어낸다. TED 연설, 비즈니스 편지 쓰기, 문화 간 차이 과제 등 꽤 어려운 과제를 내주어도 팀원들이 서로 협동하여 방법을 찾아 산출물을 내려고 노력한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자기네 끼리 해보다가 정 안되면 필자에게 도움을 청한다. 미처 과제를 따라가지 못하고 힘겨워하는 팀원이 있으면 다른 팀원들이 도와주면서 개별적 역량에서 집단적 역량으로 업그레이드시킨다. 물론 처음부터 팀웍이 잘 된 것은 아니다. 한 네팔 학생이 학기 초에 말했다. '교실 수업은 산만해서 따라오기 힘들어요'. 그러다가 팀웍을 통해 산출물을 내고 발표를 하고 친구들이 자기 발표를 집중해서 들어주자 수업 태도가 바뀐 것 같다.    

오늘도 필자는 두가지 영어 교육의 현장을 경험하고 있다. 한쪽은 문법 틀에 맞추려고 정확한 원어민 영어를 익히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국 학생 영어 수업이다. 다른 한쪽은 문법의 틀에서 다소 벗어나더라도 영어로 소통하며 영어를 세계로 향하는 창구로 삼아 배우는 네팔 학생들의 영어 수업이 있다. 이 둘 중에 어느 편으로 우리 영어 교육의 방향이 기울어져야 할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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