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정책기획실장

요즘 언론을 통해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 제도개선안이 단계별로 오르내리고 있다. 6단계 제도개선 과제를 담은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7단계 제도개선 과제안은 도의회 동의안 심의가 예정되고 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담은 뉴스들이 활발히 제공되지만, 이를 지켜보는 대다수의 제주도민들은 제도개선안을 체감하지 못한 채 방관하고 있는 듯 하다. 이는 지난 9월 개최된 7단계 제도개선 과제안 도민설명회에서 일반 도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만으로도 짐작 가능하다.

제주특별법 개정이 7단계까지 오는 동안 정작 제주도민은 이 법에서 소외되고 있고, 특별법은 도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소외되고 외면받은 채 공론화 없이 진행되는 특별법 개정을 통해 제주도가 발전하고 도민의 삶이 나아지리라고 기대하는 도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런 상황임에도 제도개선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는 배제된 채 공무원들만의 법령으로 고착화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제주교육청도 특별법 교육분야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같은 우려와 염려를 느끼고 있다. 교육분야 제도개선을 위한 과제안 제출이 자치도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제도적 한계로 인해 특별법 개정을 통한 교육자치 실현은 기대와 달리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06년 제주특별법 제정 이후 교육감은 도지사와 같이 도민 직선을 통해 선출되고 있다. 도민을 대표하는 교육행정의 수반으로 도민들이 위임한 교육행정 전반에 대한 집행권을 민주적으로 행사하고 있음에도, 지금의 특별법은 교육감의 대표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법률안 개정 의견 제출권은 여전히 도지사에게만 독점적으로 주어지고 있고, 교육청 소관 의견은 마치 자치도의 여느 부서와 같은 수준에서 다뤄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양 기관 공무원들이 겪었을 말 못할 고충들을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의견 제출권이 없는 제주교육청에서 느꼈을 제도의 불합리함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려 한다. 의견 제출권이 없으니 교육부도 타시도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교육분야 제도개선에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면서 교육자치의 추진력은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답답함은 근원적인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제주특별법이 과연 제주교육을 품을 자격이 있는가.'

제주특별법은 애초에 일반화를 위한 전단계인 시험대(Test Bed)로서의 성격을 부여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자치 분권에 대한 시험대 역할 수행의 의지를 수용할 의사가 전무한 것 같아 안타깝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분권이 교육 분야를 제외하지 않고 있음에도 유독 특별법의 교육분야는 제자리걸음을 강요당하는 중이다. 특별법의 '제주형 자율학교' 규정을 근거로 제주교육청은 '다혼디 배움학교'라는 혁신적인 학교모형을 창출했고,  '다혼디 배움학교'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자율학교의 일반화를 견인하고 있다. 또한  '한국어 IB 교육프로그램'을 도입, 공교육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처럼 특별법을 활용한 정책들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도출하고 있고, 대한민국 교육을 발전시키는 마중물이 되고 있음에도 우리교육청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다양한 제도개선 과제안들은 특별법 제정 취지가 무색하게 번번히 거대 장벽에 막혀 추진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제주특별법을 둘러싼 교육청의 제도개선에 대한 갈증과 두 지자체간의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고 상생 협력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교육분야에 대한 법률안 의견제출권 만큼은 이제라도 교육감에게 주어져야 함이 마땅하다. 특별법이 도정만을 위한 법령으로 굳어져서는 안되며, 제주특별법과 교육자치가 서로를 품을 수 있어야 한다. 특별법이 교육자치를 실현하고 교육공동체 나아가 도민들의 행복한 삶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교육분야에 대한 과감한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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