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취재1팀 차장

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등에 업고 다른 약한 동물 위에 군림한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호랑이가 여우를 잡자 여우가 호랑이에게 "나는 천제의 명을 받고 내려온 사자다. 네가 나를 잡아먹는다면 천제의 명을 어기는 것이다.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내가 앞장설 테니 내 뒤를 따라와 봐라. 나를 보고 달아나지 않는 짐승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호랑이는 여우의 말을 듣고 여우의 뒤를 따라갔다. 그랬더니 만나는 짐승마다 모두 달아나기에 바빴다. 사실 짐승들을 달아나게 한 것은 여우 뒤에 따라오고 있던 호랑이였다. 그러나 호랑이는 몰랐다. 여우가 호랑이 위세를 등에 업고 다른 약한 동물 위에 군림하는 상황은 호랑이가 짐승을 달아나게 한 것이 여우가 아니라, 여우 뒤를 따라가던 자신임을 몰랐던  '우둔한 리더'였기 때문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비와 조조는 리더였지만 성격이 판이하다. 조조는 머리가 좋아 중요한 일은 혼자 계획하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격이다. 부하를 다룰 때는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강하게 책임을 묻었다. 유비는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묘사된다. 자신이 어떤 일을 결정하기보다 제갈량, 관우, 장비 등 주변 의견을 듣는 편이다. 유비는 조조보다 객관적으로 볼 때 전술력이나 분석력 등은 떨어지지만 촉한의 제1대 황제에 올랐다. 조조는 지략이 뛰어나다 보니 참모나 주변 사람의 의견보다 자신의 분석이 옳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유비는 자기 생각보다는 제갈량 등 주변 인물이 제시하는 의견을 존중했다.

올해산 제주감귤 가격이 바닥을 치면서 농가들이 1년 동안 애지중지 키워온 자식 같은 감귤을 보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감귤 가격 이외에도 건설경기 둔화 등 연말 쏟아지는 각종 자료와 지표를 보면 제주 경제는 최악이다. 제주경제를 살리고,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유비와 조조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어리석은 호랑이처럼 주변인에게 이용당하는 리더가 아니라, 주변인 의견을 경청하고 느려도 모두 같이 가는 유비의 리더십과 주변인에게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강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강직한 조조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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