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석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신년인터뷰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올해 지역 현안의 슬기로운 해결을 통해 갈등 최소화, 도민대통합에 포커스를 맞춰 추진하고 제주의 이익을 위해 제주현안을 풀어나가는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을 만나 지난해 의정활동의 성과와 올해 의회 운영방향을 물었다.

△도민주권과 특별자치를 선도하는 혁신의정 구현을 위해 제11대 도의회가 새해에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의정 활동은.

새로이 추진하기 보다는 진행 중인 것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

올해 6월이면 11대 전반기 의장 임기가 끝난다. 제주 현안들의 슬기로운 해결과 이로 인해 빚어진 도민간의 갈등해결이 앞으로 의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 아닌가 생각하고, 거기에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갈등최소화, 도민대통합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다.

남은 기간 동안 도민의 편에서, 또 제주의 이익을 위해서 제주현안을 풀어나가는데 의장으로서의 역할을 끝까지 해 나가겠다. 

△생활 기초 인프라 부족, 부진에 빠진 1차산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관광정책 등 제주도정의 각종 현안 정책에 대한 평가와 그에 대한 대안은.

2019년산 감귤가격이 유례없이 폭락했는데도 도정의 대책은 소비촉진 가격 할인행사나 소과 수확 후 감귤원 자가 격리시 가공용 수매비 지원 등매우 제한적이어서 가격안정을 유도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근본적 문제해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고품질 감귤생산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기반구축 사업인 원지정비사업 등 감액되고 있고 2020년에는 1차 산업분야 예산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10% 미만으로 편성됐다. 이는 농어업인에게 직접 지원되는 민간이전사업 비중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어서 1차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농수산물의 작황이나 가격에 의존하기보다 제주형 환경보전 직불제 등 1차 산업의 공익적 역할을 부각시키고, 1차산업을 지속시킬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위한 정책추진이 필요하다.

면세점, 카지노의 주고객은 외국인 관광객인 반면, 도민체감형 업종들의 주요 소비층은 내국인 관광객으로서  서비스의 질 개선, 개별목적관광, 체험프로그램 확대 등 내국인 시장의 중요성을 기반으로 한 관광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외국인 시장 역시 도민체감업종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발굴과 적극적 마케팅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주민의 관광소득이 확대되고 성과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주민주도 관광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관광과 도민생활 인프라의 불편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제주도-의회 간 상설정책협의회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는 등 도와 의회 사이 협치가 실종됐다는 평가가 있는데 향후 협치 방안에 대한 견해는.

민선 7기, 그리고 제11대 도의회가 출범하면서 무소속 도지사와 민주당이 원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많은 도민 여러분께서 걱정과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한 불안과 걱정을 외면할 수 없었다. 

도정과 의회가 상설정책협의회를 통해 제주를 위한 공동의 목표와 의제를 선정하고 협치하기로 합의를 하고 조례로 제도화까지 해 놓고서 실제 운영이 안 된 부분에 대해서는 지사 뿐만아니라 저에게도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협치의제 설정의 한계가 가장 문제점이었다. 찬반이 팽팽해 합의자체가 어려운 현안에 대해서는 의제 설정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도정은 도지사를 최고 정점으로 일관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독임제 기관인데 반해, 의회는 43명의 의원이 대등한 합의제 기관으로 근본적으로 '의사결정 구조의 차이'가 존재하다 보니, 의장으로서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제주 제2공항 건설 갈등 등 도민 사회 곳곳에서 극심하게 발생하고 있는 갈등 해소 방안에 대한 견해는.

시민의식이 성숙함에 따라 시민권리 및 참여의식 높아지면서, 행정이 주민욕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갈등상황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의회에서 각종 진정 및 청원건수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의회에 각종 민원사항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행정이 사전 갈등예방 등 정책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갈등은 사후에 관리하는 것보다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도에서는 사회협약위원회 합의제기구 전환을 포함한 실질적인 역할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행정시 차원에서도 갈등관리를 주문하여서 갈등이 예상되거나 발생하는 주요사업을 관리토록 하고 있다. 

도와 더 소통하고 다양한 도정의 정책에 대해 도민을 대신해 견제하고 감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 의회로 접수되는 각종 진정 및 청원들을 적극적으로 처리하고 도민의 지혜를 끌어 모아 사전예방과 갈등을 해결하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새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겪은 진통에 대해 의장으로서의 입장은.

본회의 의결과정에서 벌어진 지사의 발언은 마치 의원들이 마음껏 예산을 편성해왔던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데, 의원의 현안사업비는 예산편성단계부터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부서검토, 각종 위원회 심사, 실국장 총괄 심사를 거쳐 예산안에 편성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읍면동 민원 해결을 위한 예산을 공무원이 판단해서 예산요구를 하는지 아니면 의원이 파악해서 행정에 예산편성요구를 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것이 마치 쌈짓돈처럼 비춰진데 대해 이루 말 못할 유감이고, 의회와 도정간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에서 마음이 무겁다.

아시다시피 재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집행부와 의회가 우선순위 현안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질 경우, 예산갈등은 불가피하고 도민 삶은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시급한 현안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과제를 하나씩 정리해나가는 '재정전략'이 필요하다. 의회와 도정이 더욱 고민하고 긴밀히 협력해 갈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국제 컨퍼런스의 향후 추진 방향은.

지난해 6월 '건강한 지구! 지역에서부터'라는 주제로 지방의회차원에서는 처음으로 2019 지속가능발전 제주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13개국의 지방정부 및 전문가들과 함께 유엔의 17개 공동목표 실천 공감대 형성과 지역공동체의 역할에 대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우리의회의 역량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후속조치로 11월에 지속가능발전 기본조례 제정과 UN산하 국제기구인 시티넷(CityNet)가입, UN 사무국 방문등을 통해 국제 Network를 구축하고 있다.

2020년은 UN SDGs 채택 5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17개의 목표 달성을 위해 지방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중요한 해라고 할 수 있다. 11번 목표(지속가능한 도시와 커뮤니티: 도시와 주거지를 포용적이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이행을 위해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를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2020년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미래제주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를 위해 유엔에서 지정한 영 리더를 초청하여 지속가능한 사회구성을 위한 청년의 역할에 대해 도내 청년들과 함께하는 토론의 장도 마련한다. 더 알찬 계획 수립과 세션의 다양화, 참가국 확대 등 내년에는 실질적 성과를 내 보일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 중이다.

△마지막으로 도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해는 제2공항 건설을 비롯한 여러 가지 현안으로 도민사회가 대립과 갈등에 휩싸여 우리 제주가 가야할 미래비전이 길을 잃고 있다. 더군다나 지역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 도민들이 어느 해보다 힘들어 했던 한 해였다.

하지만 대립과 갈등의 문제는 봉합되어야 하고 조정되어 나가는 것이다.

올해는 이런 대립과 갈등을 눈 녹듯이 녹여내 도민대통합을 이뤄내고, 제주의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이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긍정의 마인드로 제주를 바라보고 있다. 또 제주엔 희망찬 미래가 있다. 우리 의회가 그 미래를 여는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 내겠다. 지난해 여러 반성할 것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 노력하겠다. 

도민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따뜻한 애정 부탁드린다. 김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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