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줄탁동시(啐啄同時)란 말이 있다. 닭이 알을 깔 때에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 안에서 쪼는 것을 줄(啐)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啄)이라고 한다.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줄과 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어려운 시기에 놓이게 오면 어떤 일을 하는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계란 껍데기를 깨뜨리고 나아갈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병아리처럼 울기만 한다. 알에서 깨어 나오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새해를 맞아 우리는 많은 결심을 했다. 더 열심히 노력하자, 더 좋은 사람이 되자, 더 행복해지자. 이런 결심을 했지만 어떤 구체적인 노력도 하지 못한 채 벌써 여러 날이 지나고 말았다.  

자신을 위한 내면 여행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은 삶의 내면 여행을 떠나는 한 사람을 소개한다. 그는 데미안을 통해 참다운 어른이 되어 가는 소년 싱클레어이다. 소년기에서 청년기를 거쳐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여행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고 여행 기간은 삶 전체이다. 자기 내면으로의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보다 풍성하고 행복하게 실현하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다. 

인간의 내면이란 어떤 곳이기에 평생에 걸쳐 여행해야 하는 그렇게 깊고 넓은 곳일까. 헤세는 개개인의 사람이란 세상에서 단 한 사람뿐이며 결코 되풀이되지 않는 유일하고도 경이로운 존재라고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인간의 이야기는 중요하고 영원하고 신성한 것이며 누구나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모든 사람은 자기 삶의 길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어떤 사람도 완전한 존재가 된 적은 없지만, 그런데도 누구나 자신의 길을 완전히 마치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 싱클레어는 희망차고 밝은 세계에서 살고 있던 소년이었다. 따뜻한 가족의 품 안에서 보호받고 좋은 것만 보며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싱클레어도 어두운 삶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어두운 세계가 끝나고 다시 밝은 세계가 찾아오고, 또 어두운 세계를 만나고. 이러한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삶은 어렵지만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가 반복되고 결합하는 과정은 흡사 싱클레어가 알을 깨고 나오는 거와 같은 험난한 길이다. 

알에서 깨어나기

「데미안」이 독자에게 말해 주는 것은 인생에서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우리는 그것을 스스로 극복하고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행복 뒤에는 불행이 있을 수 있고, 밝음 뒤에는 어둠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이겨내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아무리 인생이 우리를 흔들지라도 이를 극복하며 나아가야 하는 것은 자신이다. 자신을 믿고 의지하며 나아가야 할 길은 제일 가까우면서도 멀고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과정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을 일러준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우리가 인생에서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알에서 깨어 나와야 한다. 알에서 깨어 나오는 자만이 진정으로 이 세상에서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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