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중 서귀포고등학교 교장

졸업식 시즌이다. 이때가 되면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기쁨은 다 같이 나누고, 아쉬움이 있는 자리엔 새해의 희망을 채워 넣는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커진 희망이 마음에 자리하고 있다. 그 희망은 대한민국 교육을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무엇보다 사람의 가치(價値)를 소중히 키우는 제주교육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긴다.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면, 최근에 도내 고교생 융합컨퍼런스 소논문발표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과학분야에 저명한 교수들이 심사하는 대회로 대상 수상팀은 해외대학에서 R&E 교육활동에 참가할 특전이 있다. 대회 시작 전 A 학생은 심한 발목부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팀을 위해 목발을 짚고 대회에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른 학생들 또한 꿈을 향한 열정을 펼쳤다. 그야말로 한 명의 학생을 위해 혼연일체가 됐다. 파이팅을 외치면서 단체사진 촬영을 할 때 느꼈던 가슴 뭉클함이 지금도 여운으로 남아있다. 결국 그 학생들 중 한 팀은 뉴욕 유명대학에서 R&E 교육활동에 참가중이다.

이외에도 제주에는 우리 학생들이 참여하는 책축체, 과학축제, 수학축제, 글로벌다문화축제, 진로직업박람회, 국제청소년포럼, 제주교육국제심포지엄, 모의의회, 스포츠클럽축전, 음악제, 관악제, 방송제 등 아이들의 꿈과 끼를 발산시키는 다양한 교육 행사와 프로그램들이 있다. 제주의 인구는 약 70만명으로 전국의 1.3%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제주는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제주엔 하간디가 몬딱 교육이우다"란 말처럼 하나 되어 교육의 열정과 문화를 뿌리내렸다. 

이렇듯 제주의 희망과 힘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위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들은 제각각 우리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생들은 교육활동 속에서 미래를 주도하며 살아갈 올바른 이정표를 만들어간다. 

이를 반영해 지자체는 교육 현장을 최우선하며 정책 결정 방향의 출발점을 만들어야 한다. 제주 사회도 서구 유럽 선진국들처럼 미래 세대들의 교육여건 개선을 우선 지원하고 배려하려는 큰 방향성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 2011년 설립된 서귀포시교육발전기금은 다양한 교육특화프로그램 운영 및 지원 등으로 제주의 산남·산북의 교육격차 해소에 일조하고 있다. 

그 노력들은 전국 최고의 학력·진학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0 대입수능 성적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제주 학생들의 표준점수 평균은 국어 100.9점, 수학가형 104.4점, 수학 나형 103점 등으로 분석 대상 전 영역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2010년부터 발표된 지역별 수능 점수 분석 결과에서 10년째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놀라운 기록이 나왔다. 

2020 대입 수시전형에서는 도내 읍·면지역고교와 특성화고에서도 좋은 실적들이 속속 발표됐다. 우리 학교를 포함한 산남지역 고교에서도 좋은 입시 실적들이 나타났다. 더욱이 산남지역 학생들은 전국고교합창경연대회 대상 수상 등 각종 교육활동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그래서 아직도 일부에서 우려하는 산남·산북의 교육격차는 이제 분명히 사라졌다고 확신한다. 

이는 제주 공교육의 올바른 결실로, 학생 지도에 헌신한 우리 선생님들의 땀방울이 큰 촉매제가 됐다. 학부모 및 학생들의 노력과 교육기관의 체계적인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제주교육은 학력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 중심에 우뚝 서서 선도(先導)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졸업식 시즌을 보내면서 새해의 다짐을 되새긴다. 2020년에는 제주 교육가족 모두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광이불요(光而不耀)를 실천해 주기를 희망한다. 빛을 발하되, 다른 사람들을 위해 빛을 줄이는 지혜가 빛나는 2020년,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동행(同行)이 있는 2020년을 맞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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