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세이레(공동대표 강상훈·정민자)의 2020년 첫 공연인 연극 '우연히, 눈' 공연 장면

극단 세이레 올해 첫 무대 '우연히, 눈'
김나영 작 초연, 19일까지 세이레아트센터

'설렌다'는 감정은 잘 알아서 오히려 낯설다. 설렘을 '우연히' 마주친다면 어떨까.

그저 가슴이 떨릴 것만 같은 행운 같은 기회에 믿음을 얻기까지 무대 위 배우도, 객석 안 관객도 숨을 멈췄다 내쉬고 슬쩍 돌린다.

'우연히, 눈' 포스터

15일 극단 세이레(공동대표 강상훈·정민자)의 2020년 첫 공연인 연극 '우연히, 눈'은 지금 계절과 가까운 눈과 '설인'이라는 설화적 장치로 연결해 공감을 유도했다.

폭설로 발이 묶여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나'들이 상상 속 설인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 소원을 말해보라는 설인의 제안은 각자의 고민을 꺼내라는 주문이다. 등장인물들이 쏟아내는 것들은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부딪치는 현실이다.

경쟁에서 밀리고, 아예 경쟁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 익숙해진 이들의 입에서 "나는 허황된 말은 그다지 믿지 않아요"라고 답이 나온다. 과연 나는, 우리는 어떠한가를 반문하는 사이 조명이 꺼졌다.

"설레본 적이 언제였는가 하는 마음으로 공연 준비를 했다.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눈'이란 단어에 설렘이 감정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했다"는 정민자 연출가의 의도가 36.5도의 느낌으로 전해진다.

이 공연은 지난 2014년부터 세이레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밥'으로 인연을 맺은 김나영 작가의 작품을 전국에서 처음 무대에 올린다는 점에서도 설렘을 더한다.

김작가의 주변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잔잔하게 객석을 웃고 울리는 대사가 현장에서 오래 뿌리 내린 세이레와 20년 연기경력의 신진우·설승혜 배우의 연륜을 만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공연은 19일까지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4시·7시, 일요일 오후 4시 제주시 서광로 세이레 아트센터에서 감상할 수 있다. 관람료는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7000원이다. 김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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