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작가 희곡 현대철 극단 마음같이 대표 연출

“안녕들허꽈, 그때 그 시절 우리 마을 얘기 혼번 들어보쿠광?”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아름다운 말로 꾸며진 연극이 찾아온다.

극단 마음같이(대표 현대철)와 극단 괸당들은 제주시 세이레아트센터에서 다음 달 2일까지 제주어 연극 ‘눈 오는 봄날’을 무대에 올린다. 김정숙 작가의 희곡을 현대철 극단 마음같이 대표가 연출했다.

‘눈 오는 봄날’은 2010년 전국연극제에서 작품상(대통령상)을 포함해 4관왕을 차지한 같은 제목의 원작을 제주에 맞게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의 배경은 전라북도 달동네지만 이번에는 제주도의 작은 마을로 설정하고 대사 역시 제주어로 바꿨다. 신혜정, 현대철, 고수연, 조옥형, 강제권, 고지은 등 제주 출신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제주어의 맛을 한껏 살린다.

연극은 20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주인공 ‘치옥’과 이웃 주민인 무당 아줌마가 땅의 소유권을 두고 갈등을 빚으며 시작된다.

치옥은 처녀 때 떠난 고향 제주를 20여년 만에 돌아온다. 아버지와 어머니, 점빵 아주머니와 그의 남편 백수 아저씨, 동갑내기 친구, 무당 아줌마, 이웃집 언니까지 모두 반가운 얼굴이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이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들리고 다정했던 이웃들이 보상금을 받아 떠나기 시작한다. 동시에 토지 측량 과정에서 다툼이 벌어지면서 각자 숨겨온 사정들이 서서히 밝혀진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두고 벌어지는 이웃 간의 불화와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각자의 사정들이 서서히 드러나는 작품은 오늘날 제주가 직면한 문제들을 조명한다.

연출 겸 배우를 맡은 현대철 대표는 “제주도에 급격히 외부 자본들과 타지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형제 같았던 이웃들의 다툼이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며 “투박하지만 정겹고 독특한 제주어와 그 속에 담겨있는 우리 서민들의 소박한 이야기로 제주에는 풍요로운 인심과 정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한다.

한편 ‘눈 오는 봄날’은 지난해 10월 한반도의 사투리로 연극을 만드는 우리말 예술축제인 ‘말모이 연극제’를 통해 먼저 선보인 바 있다. 입장료는 3만원이며 31일 오후 7시 30분 공연을 초연으로 다음 달 1일과 2일 오후 3·6시에 열린다. (문의=010-6616-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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