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생활권 영향…시장.마트 대신 택배.배달 ↑, 소비↓
불필요한 외출 자제·일시적 휴업 등 늘면서 '주차 전쟁' 빨라져
"오가는 사람 구경할 정도", 도상인연합회 '사태 진정이 최우선'

입소문을 타며 개장 이후 하루 평균 1만 명 넘게 찾던 제주동문시장 야(夜)시장이지만 4일 저녁 분위기는 겨울 수은주보다 더 떨어졌다. 간간히 오가는 사람을 구경하는 것이 일과가 됐을 정도다.

한 상인은 "이런 상황이 벌써 열흘이 넘었다"며 "내부적으로 휴일을 늘리거나 운영시간을 조정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는 한데 '하루 장사'를 하는 입장이라 걱정"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평일.주말없이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주차장을 채웠던 렌터카도 사라졌다.

5일 오전에는 단 한 대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전체 매출의 60~70%를 관광객에게 의지하던 시장 입장에서는 입술이 바짝 타들어간다. 기본 매출마저 떨어지며 속을 태우고 있다.

제주시중앙로지하상가 등에서는 지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 이후처럼 중국 출신이거나 중국인 관광객 응대를 위해 채용했던 직원들이 '장기 휴직'에 들어갔다. 이미 직원을 줄이는 등 경기 둔화를 버티던 상황이라 체감불황은 심각한 정도다. 개장부터 지하상가 30여년 역사를 함께 했다는 한 상인은 "그 동안 고비가 많았지만 이번 같은 일은 처음"이라며 "통로 역할을 하는 공간이 텅 비어 상가 끝에서 반대편 끝이 다 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증이 제주 안 일상의 흐름을 바꿨다. 아파트 단지는 물론이고 일반 주택가마다 주차전쟁이 벌어지는 시간대가 앞당겨졌다. 일시적으로 일을 쉬는 경우가 늘어난 데다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고 퇴근을 서두르는 분위기가 맞물린 결과다. 

파괴력이 컸던 관광업계 만이 아니라 중국 하늘길이 막히면서 올 초 예정됐던 수출 관련 상담도 상당수 중단됐다. 2016년부터 꾸준히 확대해온 화장품 수출은 물론이고 원재료를 중국 수입에 의존하던 업체들까지 발주 추이에 따라 공장 가동 중단까지 검토하고 있다.

대신 택배 차량과 배달 오토바이만 분주하게 오간다. 치킨점 등의 최근 1일 주문건수가 평년의 2배 수준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배달 수요를 맞추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누구 하나 얼굴을 펴지 못하는 상황은 경제 활력 자체가 사라진 것 때문이다.

도내 12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상인들로 구성된 제주도 상인연합회는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정부와 제주도의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쓰나미처럼 제주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현 상태를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이다.

최용민 상인연합회장은 "현재 바닥없이 떨어지는 경기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불안심리로 인한 소비 위축 상황을 최소화하고 위생 관리 등 제주의 청정함과 청결함이 경기 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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