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범 행정학 박사·제주공공문제연구소장·논설위원

4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60여일 안팎으로 다가왔지만 돌발변수를 만나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중국에서 창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제주사회 정치·경제·사회 모든 이슈를 집어 삼킬 듯 거침없는 기세로 폭주하고 있다. 

당장 총선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에 급제동이 걸렸다. 혹시 모를 감염 등의 우려로 선거법이 허용하는 유권자를 직접 만나 명함을 돌리거나 악수하는 것조차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역 행사나 모임들도 줄줄이 연기·취소되면서 전전긍긍할 뿐 뾰족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총선 열차는 출발 했건만 도민들의 관심권 밖으로 점점 밀려나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외 방역 전문가들은 4~5월경 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절정을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총선 시간표상 2월말에서 3월 중 각 정당의 공식 후보가 확정된다.

3월 26일, 27일 양일간에 걸친 후보자 등록 절차를 마치면 4월 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와 선거운동 기간이 딱 겹친다.

이렇게 될 경우 후보들의 사전 검증과정 없이 선거가 치러 질수도 있다. 잘못하다간 사상 최악의 '깜깜이' 총선이 될 공산이 높다. 

후보 난립도 총선 흥행을 어지럽게 한다. 도 선관위에 등록한 예비후보는 3개 선거구에 무려 24명이다. 평균 8대1로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 후보의 자질과 역량, 정책공약 검증은 고사하고, 누가 후보로 나오는지 조차 모르는 도민들이 부지기수다.

물론 예선전에서 살아남은 2~3배수 후보만이 본선 행 열차에 올라탈 수 있다.

아마도 인지도와 거대정당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정치 신인 그리고 군소정당 후보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약보다는 독에 가깝다. 그렇다고 아무리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레이스 일지라도 최소한 공정한 경쟁을 보장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방송토론회를 확대 개최하는 방안이다. 성사만 된다면 후보 간 정책 공약을 놓고 벌이는 멋진 승부는 유권자들의 냉소와 불만을 해소하고, 후보 선택에 도움을 주는 처방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나아가 지난달 말 일부 언론에서 흘러나온 중앙선관위 발 '총선 연기설' 보도 배경에 이목이 집중 된 적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96조는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면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일이 법정화 된 이후 30년 동안 연기된 사례는 없다.

청와대가 검토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여지를 남겨 뒀다. 

민주주의는 선거에서부터 시작된다.

선거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민주주의 체제의 정당성과 효율성은 다르게 나타난다. 선거는 국민 스스로 주체가 되어 결정하고 선택하는 심판행위다. 확진 환자가 증가하면서 감염에 대한 불안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생계 위협, 경제 위기 공포로 전이되고 확산되는 분위기다.

따라서 선거 공학적인 논란은 차치하고, 국민의 선택권이 제한 당할 수 있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잦아 든 이후로 선거를 미루는 것도 한 방책이다. 현 상황에서 선거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점에 동의하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다들 선거를 두고 민주주의 꽃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정책검증과 논쟁으로 형성된 여론과 투표로 우리의 대표자를 뽑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으로 제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바로 세우고, 공공 아젠다 발굴과 산적한 현안 해결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만 한다.

하지만 아직 선거초반인 탓도 있지만, 예비후보들의 비전과 철학이 그다지 새롭거나 참신함을 찾아 볼 수 없다. 정책 공약도 야무지지 못하다. 적어도 도민들이 바라는 제주의 경제위기 극복과 소득 불평등·양극화 문제 해결, 갈등해소와 통합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과 해법을 제시해 '깜깜이' 선거 오명을 걷어 내는 것도 예비후보들 몫이다.

아무리 바이러스가 창궐해도 제주사회 기초체력까지 튼튼히 하는 4월 총선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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