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찬 서예가·시인·논설위원

2020 경자년의 쥐띠 해가 밝자마자 코로나19 때문에 지구가 휘청거리고 있다. 영특한 쥐의 동물성 본질인 근면성과 번식력을 보면 역병을 이겨내는 쥐와 같이 그 슬기로움이 우리 인간에게도 있을 것 같은데, 특히 물 좋고 공기 좋은 청정제주의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무탈하기를 바라는 작으마한 기원을 가져본다. 

쥐는 뭇 동물들로부터 천적의 먹이가 되는 희생성이 많은 동물이고, 우리 인간과는 끊임없는 핍박과 퇴치를 당하면서도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해 왔기에 사람과는 미운 정 고운 정이 오랫동안 다져지면서 우리의 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아왔다. 

그 예로 우리 생활과 쥐의 습성을 관계 지은 말에서 <쥐띠는 잘 산다.> <쥐띠 밤에 태어나야 부자로 산다.> 어부들은 바다로 나갈 때 배에서 쥐가 뛰쳐나와 뭍으로 올라가면 <배가 파선할 징조>로 여기고 출항을 중단했다. 집안에 쥐가 보이지 않으면 <화재의 위험성이나 붕괴될 염려는 없는가?>하고 집 안팍을 살폈다. 뱃사람들은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배의 지킴이로 <배서낭>을 차려 모신 일이라든지, 아주 작은 것을 뜻하는 <쥐꼬리만큼>, 욕하는 말로 <쥐불알도 없는 놈>, 태산 같은 요동이 일어날 것 같으나 실제 결과는 아주 작음을 일컫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 쥐 수염으로 묶은 붓인 <서수필(鼠鬚筆)>은 서예인들에게 호감을 주는 붓이며, 쥐의 미덕으로는 <다산, 근면, 저축성>이 있고, 약삭빠르기는 쥐만한 것도 없다는 <쥐새끼 같은 놈>, <약은 쥐가 밤눈 어둡다>라는 말과, 좁은 소견인 <서목(鼠目)>, 하찮은 생각인 <서사(鼠思)>, 쥐새끼 처럼 몸을 엎드려 숨음을 뜻하는 서복(鼠伏), 쥐의 털과 같은 색을 말하는 서색(鼠色), 몹시 교활하고 잔 일에 약게 구는 사람을 서족(鼠族)이라고도 하며, 도적으로 치부하는 말로 <집안에는 쥐가 있고 나라에는 도둑이 있다>라는 속담 같은 말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경자년은 갑자년을 시작으로 하는 육십갑자로 보면 37번째 되는 해이지만 12지지로 보아서는 첫 시작의 해이기도 하다. 한 해가 시작되는 1월, 한 달이 시작되는 1일,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이 주는 의미는 희망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새 해를 알려주는 타종소리를 들으며 무슨 희망을 기원했을까?, 한 해가 밝아오는 첫날 일출봉에 올라 해맞이하는 마음속에서는 무엇을 바라는 기원이 있었을까? 입춘절에는 새철드는 날이라고 하면서 어떤 입춘첩을 쓰며,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옛 사대 명절인 정원대보름날엔 부럼을 깨물며, 달집을 태우며, 연을 날리며,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특히 제주에서 국제축제로 거행하는 제주들불축제장에선 그 장엄한 광경 앞에서 어떤 소원을 빌 것인가? 저 불길한 코로나19를 물리칠 불꽃을 활짝 피웠으면 하는 도민들의 기대도 크기만 하다.

김정파 시인은 제주들불축제 축시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정월대보름! "오늘 우리는/ 동방(東方)의 아름다운 섬,/ 제주 섬이/ 신선한 정열(精熱)을 다시 태우기 위하여/ 은하가 뻗어가는 영산(靈山) 한라(漢拏)의 기슭에/ 소망의 불씨를 안고 오손 도손 모였습니다.// 시원(始原)의 푸른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시대의 들녘에/ 평화의 기도로 모였습니다.// 서로 손에 손을 잡은 미래 꿈의 성냥 알로/ 도둑, 거지, 대문 없는 전통의 부싯돌로/ 삼무도(三無島)! 그 언약(言約)의 들판에 정열의 불씨를 당깁니다.//" ㅡ 중략 ㅡ "시원(始原)의 푸른 말씀 성성히 타오르는/ 들불함성을 눈으로 몸으로 확인하는 자/ 생각만 해도 그 가슴에 응어리는 다시 없으리/ 오름 산 불덩이 같이 밝은 운은 트리니...../"

금년 제23회 제주들불축제에서는 제주 탄생신화를 주제로 한 공연을 미디어 파사드로 연출하는데 전국 공모를 통한 제주 전통문화와 목축문화, 체험형 프로그램을 집중 운영하여 축제의 정체성을 확립함과 아울러 기존의 대형 달집태우기를 대체하는 미술작품 '파이어아트 불테우리' 전시와 '태우기'를 통하여 불의 상징성을 제고하고, 버스킹 공연과 놀이체험, 화덕 체험 등을 신규 도입해서 주간 프로그램으로 강화한다고 밝혔다. 뜻이 깊고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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