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취재2팀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장과 전시관들이 연이어 휴관을 결정하고 예술인과 기획자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억장이 무너진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상황이 아닐까.

상황이 이렇게 된 게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건 현장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다. 한 연극계 관계자는 “무턱대고 공연하지 말고, 공연장 가지 말라는 소리가 더 ‘이해가 가서’ 안타까울 뿐”이라고 전한다.

예술인들의 억장이 무너지는 이유가 비단 '상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뚜렷한 전망도 보이지 않고 ‘기댈 곳조차 없다’는 느낌이 무기력을 더한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는 30억원 규모의 긴급생활융자 지원과 21억원의 추가예산을 편성해 4월부터 피해 보전 방안을 구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제주지역에 할당된 자금이 아닌 전국 공연업계를 대상으로 한 예산이다. 전시를 주로 하는 예술인에 대한 지원은 언급조차 없다. 여기에 기존 도 차원의 예술계 지원 사업 심의마저 뚜렷한 대책 없이 무기한 미뤄졌다.

참고 이 시기를 어떻게든 보내면 볕이 들까. 오히려 그늘만 짙어지는 모양새다. 이번 상반기에 공연과 전시를 미룬 단체들은 자연히 하반기로 몰린다. 공연이나 전시가 가능한 공간이 한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영세 공연단체들이 대관 경쟁에 치이다 올해 공연 자체를 포기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한해 농사를 망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공연 기획자는 도산을 염려하고, 현장 예술인들은 매 끼니가 부담스럽다.

현장예술인과 관련된 도 차원의 지원방안을 논의하고 있냐는 물음에는 “아직”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구체적인 방향을 잡지 못했다”는 말에 현장 사람들의 가슴은 더 먹먹해진다.

그간 사스, 메르스 등의 사태가 있었음에도 국가재난으로 인한 공연·행사 취소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 매뉴얼이 체계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탓이다. 이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 왔는데도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조차 별다른 반응이 없다.

당장의 명쾌한 해답이나 논의를 미루고 미루다 한정된 예산과 추경을 통한 생색내기식의 지원책을 내놓길 바라는 게 아니다. 최소한 ‘2020년 연극의 해’나 ‘문화예술의 섬 제주도’라는 말이 역설이 되지 않도록, 현장 예술인들에 대한 염려를 담은 논의를 이끌어내고 문화정책에 대한 요식 아닌 진정성을 보이길 바란다. 김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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