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태 대구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논설위원

매년 3월이 되면 생존을 위해 빵과 장미를 요구하며 광장으로 나온 그들을 떠올린다. 오늘을 사는 나는 지금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놓인 상황이 불편함이 없이 형평을 고려하는지, 누구나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사실 지금까지 '여성의 날'에 대한 기념이나 활동이 없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여성의 권익을 위한 그들의 목소리를 함께 내고, 함께 연대하는 다양한 활동이 여성 중심의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 2018년을 기점으로 '여성의 날'은 법정기념일로 지정되면서 공식적으로 제도화되는 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2015년 전면개정 된 '양성평등기본법'이 2018년 일부 개정을 통해 '여성의 날'을 공식화하였기 때문이다.

'여성발전기본법'에서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관련 법령의 전면개정을 통해 여성을 발전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보다 이제는 사회가 모든 것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없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가치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3월 8일 여성의 날과 함께 주목할 날이 있다. 바로 '여권통문의 날'이다. 세계여성의 날이 여성노동자가 중심이 되어 1908년 루거트광장으로 나왔다면, 그들보다 앞서 서울 북촌의 양반여성이 이소사와 김소사로 황성신문과 독립신문에 발표한 "여권통문"은 무려 10년이나 앞서 발표한 여성인권선언문이다. 1898년 9월 1일 교육권과 참정권, 직업권 등을 주장하는 선언문은 선언에 그치지 않고, 1899년 최초 사립여학교인 순성여학교를 설립하고, 여성단체가 조직되는 등 실천적인 선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왜? '양성평등기본법' 제38조는 여성의 날과 양성평등주간을 명시하였을까? 그리고 여성인권선언문이 발표된 9월 1일을 매년 여권통문의 날로 정했을까? 

지금 여성이 처한 상황을 보면 왜 특정한 날을 기념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여전히 필요한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증가했다고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여성의 대표성이 한계가 있고, 많이 개선되었지만 직무의 유리벽이 승진의 유리천장으로 이어지고, 법제도와 예방 등 관련 제도가 있음에도 2018년 현직검사의 #me too로 여성이 말하지 못한 폭력의 경험이 공개되었다. 생애주기에서 여성 경제활동 곡선은 여전히 M커브에 머물러 있으며, 일·생활균형, 일·가정양립을 위한 돌봄 등 여전히 많은 역할을 여성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의 사회적인 지위와 심리적 지위를 놓고 본다면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2016년 강남역의 살인사건은 여성혐오를 고스란히 보여준 사건임에도 여성혐오가 아닌 또 다른 프레임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워마드를 통한 미러링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여성혐오는 불안으로 확장되면서 이를 개선 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하였다. '무인택배', '안심벨', '안심존', '안심택시', '여성친화도시' 등이다. 또한 디지털성범죄의 가파른 증가는 남성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적인 심리적 가치관이 개선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3.8 여성의 날이 다가오면 항상 여성들을 위한 정책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핀란드 축구협회는 2020년 시즌부터 여자축구리그를 칸살리넨 리가(내셔널리그)로 변경했다고 보도하였다. 지난해부터는 국가대표로 뛰고 있는 남자선수와 여자선수에 대한 임금격차가 없도록 동일한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 "축구공을 남자선수가 차든, 여자선수가 차든 축구는 축구이며, 관중은 남자축구이든 여자축구이든 좋은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라는 말이 어쩌면 양성평등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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